[사설]

14일 오전 충북 청주시 흥덕구 한 식자재 마트의 소금이 거의 다 팔린 모습. / 중부매일DB
14일 오전 충북 청주시 흥덕구 한 식자재 마트의 소금이 거의 다 팔린 모습. / 중부매일DB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에 따른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일본이 지난 12일 오염수 방류 시운전을 시작하자 천일염 등 장기 보관이 가능한 수산식품 사재기 현상이 벌어졌다.후쿠시마 앞 바다에 방류한 오염수가 해류를 타고 국내 해역에 도달하면 천일염 등 수산물이 방사능에 오염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국내 천일염의 85%를 생산하는 전남 신안수협에 따르면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해 지난 12일 공급을 중단했다.수협 관계자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뉴스가 나온 지난주부터 하루 판매량이 10포(20㎏)에서 1천여 포로 100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한 여성은 죽기 전까지 먹을 소금을 주문했다고 전했다.수협은 소금 주문이 폭주하자 1포당 가격을 2만5천 원에서 3만 원으로 20% 인상했다.인건비와 수송 단가 상승을 가격 인상 이유로 들었지만 사재기가 가격 인상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국 대형마트 소금 매대는 대부분 텅 빈 상태며, 당분간 소금 대란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충북 청주에서도 소금 품귀 현상이 벌어졌다.충북농협에서는 지난 2주간 전년 동기보다 14배 증가한 1천여 포가 판매됐다.오염수 방류 시운전 이틀째인 지난 14일 청주 시내 일부 마트는 소금 사재기가 일자 판매량을 1인 2포로 제한했다.

때아닌 소금 사재기는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정부 대책이 신뢰를 얻지 못한 탓이 크다.정부는 일본에 강력하게 항의하기는커녕 국제원자력기구회(IAEA)의 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오히려 일본 방침에 동조하고 있다.총리실 국무조정실을 비롯해 외교부, 원안위, 과기부, 해수부, 식약처는 지난 4일 공동 자료에서 "IAEA 모니터링 TF의 검증 과정 일정 등을 예의 주시하겠다"고 밝혔다.하지만 속내는 8년 전 해양 방류를 권고한 IAEA 긍정 검토 의견을 따를 것으로 알려져 국민 반발을 사고 있다.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하는 이유는 비용이 가장 적게 들기 때문이다.환경 전문가들은 증기화 배출, 지하 밀봉, 전기 분해, 시멘트화, 해양 방류 중에서해양 방류는 바다 생태계에 악영향을 주는 처리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방류된 물의 방사성 물질 수치가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국제기구가 정한 안전 기준치를 훨씬 밑돌 것이라고 주장한다.하지만 신뢰성을 잃어 믿을 수 없다.일본 정부는 2015년 "이해 관계자 협조 없이 방류하지 않겠다"는 지역 어민과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소금 사재기는 시작일 뿐이다.올 여름 예정된 해양 방류가 실행되면 해양 오염과 국내 수산업에 미치는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할 수 있다.정부는 기존 입장을 바꾸고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를 반드시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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