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발굴 뒷얘기-107.청원 작은용굴유적 (2)

이융조 / 충북대학교 박물관장ㆍ한국 선사문화 연구원장

이 굴의 규모는 높이 1m정도이고 너비는 1.2m로 작은 동굴이었다. 당시 입구에 많은 퇴적물들이 쌓여 있었으며 윗부분의 약 20cm는 짙은 회색의 현세의 퇴적층으로 보였고 그 아래에 우리가 지금까지 찾고자 하였던 갱신세의 붉은 흙이 쌓여 있었다. 이에 그곳의 주위를 정리하는 가운데 화석상태가 매우 좋은 사슴의 정강뼈와 아래턱이 확인되었다.

이 조사는 이미 앞서 소개한 작은용굴의 조사에서 많은 시간과 예산을 투여하였기에 새로 발견한 굴의 체계적인 발굴은 다음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다만 퇴적상황과 단면을 확인하기 위하여 굴을 2등분하여 겉흙층을 제거하고 약 5cm가량 붉은흙층을 벗겨본 결과 구석기시대의 뼈화석들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이와 함께 여기서 나오는 흙들을 눈금 0.5mm인 채로 물체질을 해본 결과 아주 작은 젖먹이짐승들의 뼈들 가운데 갈밭쥐의 아래턱, 어금니들이 나옴으로 이 유적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게 된 것이다.

윗굴의 붉은 흙층에서 출토된 짐승뼈화석들은 화석화 정도가 제법 진행된 것으로 보아 구석기의 유물로 가늠된다. 모두 29점의 뼈유물이 출토되었는데 이 가운데 대부분이 사슴뼈로 21점이다. 이와 함께 노루 3점, 식육류인 여우 3점이 있고 토끼 1점과 새 윗팔뼈 1점이 나왔다.

그 가운데 사슴종은 아래턱 2점을 포함하여 모두 7점의 머리뼈 부분이 출토되었는데 이들을 자세히 분석하여 여기서 출토된 뼈로 보건대 최소마리수는 적어도 3마리로 생각되었고 4살과 2살 전후로 판단되기도 하였다.

모두 3마리의 사슴들이 당시 사람들에게 잡혀서 분해되고 도살된 것이었음이 출토된 뼈화석으로도 확인된 것이다.

또한 이 윗굴에서 찾아진 노루의 앞발뼈와 여우의 이빨로 보면 어른이 된지 얼마 안 된 성년의 동물들이었던 것으로 가늠된다.

이러한 분석을 통하여 짐승뼈화석들이 모두 성인 개체였던 것을 알 수 있고 이들은 결코 사냥하기 쉬운 대상물이 아니었을 것이기에 당시 사람들의 사냥행태를 보여주는 중요한 유물이다. 더욱이 사슴 뒷팔뼈에 남아있는 자른 자국은 바로 이곳에서 도살행위가 있었다는 사실 또한 밝혀주는 증거로 그들의 생활패턴을 보다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자료가 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어렵게 찾은 작은용굴에 딸린 윗굴의 발굴은 예산상의 문제로 계속할 수 없는 형편에 처하게 되었다. 우리는 결국 이규상 계장을 통하여 오효진군수의 내방을 요청하였다. 우리가 연락을 보낸 지 2시간이 안되어 도착하며 오군수가 문화군수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역시 문화를 사랑하는 군수는 이렇구나’라고 하여 모든 대원들은 일어나서 박수를 치고 그를 환영하였다.

유적을 둘러본 오군수는 작가와 기자출신답게 “바로 여기가 구석기시대의 아파트군요”라는 표현으로 느낌을 나타내셨다. 구석기시대의 아파트라... 적어도 10만년 이전의 사람들이 살았던 작은동굴(아파트)이 연이어 있는 이 일대를 우리는 남은 시간 주변을 정리하는 것으로 끝을 내었다.

결국 이 보고서는 95쪽에 이르는 작은 책자로 보고되었지만 우리는 맺음말에서 용굴을 인접한 청남대와 함께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방법까지 제언하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용굴의 내부와 주위를 정비하여야 할 것이며 특히 내부는 역사시대 쌓여진 퇴적물들을 완전히 제거하고 동굴의 벽과 바닥면을 들어내면 더욱 아름다운 굴이 될 것이다.

그래서 현재 퇴적층 밑의 굴 벽면을 정밀 조사하여 선사시대(구석기)의 예술흔적을 찾아보도록 해야 할 것이고 쇠사다리 등으로 통로를 만들어 사람들의 제한적 관람이 이루어지게 되면 많이 훼손된 동굴의 벽면도 보존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작은용굴과 윗굴의 조사에 이어서 여기서 찾아진 여러 유물들을 잘 정리하여 동굴의 앞 넓은 곳에 전시실을 만들어 전시하게 되면 대청댐과 청남대를 찾은 많은 사람들이 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바로 알 수 있는 문화관광자원이 될 것이다.

다시 한 번 이 시굴조사를 할 수 있게 한 오효진군수와 이규상 계장께 감사하며 앞으로 발굴이 계속되어 정말 세계에서 처음으로 찾아지는 구석기시대 동굴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과연 다음의 도지사와 군수가 할 몫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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