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동빈 사회부 차장

지난 16일 청주에 사는 한 A씨는 아버지로부터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최근 낙상사고가 있었던 어머니가 척추협착증 증세 악화로 서지도 안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A씨는 그 즉시 충주로 차를 몰았다.

부모님댁에 도착 한 후 어머니의 상태를 확인한 그는 지역 내 종합병원인 충주의료원과 건국대 충주병원으로 가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아버지는 고개를 저었다. 건국대 충주병원은 금요일에 어머니를 봐줄 의사가 없고, 충주의료원도 세미나 참석 등 이유로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어머니의 증세가 악화되자 백방으로 병원을 알아본 아버지의 답변이다.

급한 마음에 아들은 119에 전화를 걸었지만 소용없었다. 119는 응급실 이송을 원칙으로 한다. 충주의료원과 건국대병원에 응급실이 있긴 하지만, 어머니를 봐줄 의사가 없으므로 가봤자 시간낭비다. 결국 사설구급차 전화번호를 안내받고 전화를 끊었다.

A씨는 기본요금 7만5천원의 사설구급차를 타고 8㎞ 거리 개인 정형외과로 어머니를 모셨다. 친절한 병원 직원들 덕분에 한시름 놓는 듯 했지만, 시술만으로는 어머니의 증세가 호전되지 않았다. A씨는 3일 후 어머니를 충북대병원으로 전원시켰다.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어머니는 사설구급차를 타고 80㎞를 달렸다.

다행히 A씨 어머니의 병은 촌각을 다투거나, 생명이 위태로운 것은 아니었기에 며칠의 시간을 견뎌낼 수 있었다. 1분 1초가 다급한 병이었다면, 생존확률은 현저히 떨어졌을 것이다. 의료공백의 현실 속에 내던져진 충북북부권 주민들의 불안한 삶의 모습이다.

충북지역 유일한 상급종합병원인 충북대병원은 충북북부권 지역민들의 고통을 잘 알고 있다. A씨 가족처럼 충주·제천에서 차를 몰고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매일 넘쳐난다. 그래서 병원은 막대한 병원손실을 감수하고라도 충주병원을 지으려 하고 있다.

다행히 충주병원 설립은 본궤도에 올라 진행되고 있다. 충북대병원의 노력과 지역민의 염원으로 이 사업은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받고 있다.

신동빈 사회부 차장
신동빈 사회부 차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는 넘친다. 현재 25%인 국고지원률을 높이지 않으면, 예타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 이 사업의 키를 쥐고 있는 충북도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다면 충북대병원이 아무리 노력해도 헛일이다.

이번 충북대 충주병원 유치 계획이 무산되면 앞으로 최소 10년 동안은 의료공백을 개선할 수 없다. 충북도는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안된다. 의료공백이라는 공포에 불안한 하루를 보내는 주민들을 하루빨리 구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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