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 백곡천 상류서 고유번호 E49·B93 두 마리 확인

충북 진천군 백곡천 상류를 찾은 황새 한 쌍이 21일 오전 백곡면 용덕리 산 56-1 송전탑에 둥지를 틀고 있다. 왼쪽은 송전탑 인근의 벌목한 산에서 나뭇가지를 물어 오는 모습, 오른쪽은 물어온 나뭇가지로 둥지를 짓는 모습./김성식
충북 진천군 백곡천 상류를 찾은 황새 한 쌍이 21일 오전 백곡면 용덕리 산 56-1 송전탑에 둥지를 틀고 있다. 왼쪽은 송전탑 인근의 벌목한 산에서 나뭇가지를 물어 오는 모습, 오른쪽은 물어온 나뭇가지로 둥지를 짓는 모습./김성식

[중부매일 김성식 환경생태전문기자] '황새의 고향' 미호강에 실제로 황새(학명 Ciconia boyciana, 천연기념물,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가 돌아왔다.

황새 한 마리가 방문해도 반가울 판에 두 마리가 찾아와 짝을 맺고 둥지까지 틀고 있는 사실이 중부매일 취재팀에 의해 처음으로 확인됐다.

1994년 9월 일명 '음성 과부황새'로 불리던 우리나라 마지막 텃새 황새(텃황새)가 죽은 지 29년 만의 일이다.

특히 한국교원대학교가 27년째 주도하고 있는 미호강발 한반도 황새복원 프로젝트의 결과여서 더욱 주목된다. '황새의 고향' 미호강 인근에서 시작된 황새복원 프로젝트 덕분에 황새가 다시 미호강으로 돌아오는 기적을 낳은 것이다.

뜻밖의 겹경사를 맞은 곳은 충북 진천군 미호강 수계인 백곡천 상류다.

'세계적인 생명터 미호강 대탐사'에 나서고 있는 중부매일 취재팀은 21일 진천군 백곡면 용덕리 산 56-1 송전탑에 둥지 틀고 있는 황새 두 마리를 발견했다.

이들 황새는 모두 다리에 개체 고유번호가 새겨진 가락지가 부착돼 있다. 하나는 E49, 다른 하나는 B93이라는 고유번호가 확인됐다.

이들은 한국교원대학교 황새생태연구원과 예산황새공원이 방사했거나 방사한 황새들 사이에서 태어난 자연증식 개체인 것으로 밝혀졌다.

E49는 2020년 태어난 암컷으로 그해에 방사됐다. B93은 방사한 황새들 사이에서 2020년 태어난 수컷이다. 둘은 4년생 동갑내기다.

취재팀으로부터 소식을 전해 들은 황새생태연구원 관계자는 "약 2개월 전부터 E49 한 마리가 진천군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을 GPS 위성추적기 등을 통해 모니터링해 오고 있었다"며 "하지만 B93과 함께 짝을 이뤄 둥지를 틀고 있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현재 둥지를 70~80% 가량 튼 상태다.

두 황새가 짝을 맺은 것은 최근으로 추정된다. 또 둥지를 틀기 시작한 것도 일주일 이내인 것으로 보여진다. 야생에서 황새들이 둥지를 완성하는 데는 보통 일주일 이상(빠르면 일주일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심은 이들 황새 커플이 실제 알을 낳아 새끼를 번식할 수 있느냐에 쏠린다.

황새생태연구원 하동수 박사는 "올해는 황새의 산란시기가 지났기 때문에 알을 낳더라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동안 국내에서 5월 이후에 황새가 산란한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황새의 개체식별을 위해 가락지에 새긴 개체 고유번호(원안). 왼쪽은 수컷 황새 가락지에 새겨진 B93 고유번호, 오른쪽은 암컷 황새 가락지에 새겨진 E49 고유번호./김성식
황새의 개체식별을 위해 가락지에 새긴 개체 고유번호(원안). 왼쪽은 수컷 황새 가락지에 새겨진 B93 고유번호, 오른쪽은 암컷 황새 가락지에 새겨진 E49 고유번호./김성식

하 박사는 "하지만 희망은 있다"고 했다. 그는 "두 황새가 내년 번식기까지 헤어지지 않고 함께 잘 지낸다면 올해 둥지를 틀었던 송전탑 혹은 인근 송전탑에 다시 보금자리를 틀어 정상 번식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럴 경우 일제강점기부터 황새의 고장으로 이름을 떨쳤던 미호강 상류의 옛 명성을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전망이다.

미호강 상류에 위치한 진천군은 조선총독부가 2건의 황새 관련 천연기념물을 지정, 보호할 정도로 예부터 황새의 고장으로 유명했다.

이 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23일자 '세계적인 생명터 미호강 대탐사' 19회에 보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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