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6월이 되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선열에 머리를 숙여 감사하는 마음을 되새기게 된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그분들의 희생 위에 지켜진 것이다. 자유 대한민국은 그냥 얻어진 게 아니다. 그런데 6월 5일 국가보훈처가 국가보훈부로 승격되어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견인하는 국가보훈부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지만 다음날인 현충일의 조기 계양은 눈에 띄게 드물어 우리의 순국선열과 전몰장병에 대한 고마움을 잊고 사는 우리 이웃이 대부분인 것 같아 씁쓸하다.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나라들에서는 나라를 수호하기 위해서 또는 우방의 자유와 평화를 지켜내기 위하여 희생한 전몰장병을 기리는 행사를 매년 성대히 치르며 기념한다. 호주의 시골마을을 지나던 4월의 어느 날에 우리의 현충일과 같은 앤잭데이(Anzac Day) 기념행사를 볼 수 있었다. 제1차 세계 대전의 갈리폴리 전투에서 용감하게 싸운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군단의 군인들과 당시 나라를 위해 힘쓴 사람들을 위해 추모하는 기념일로 매년 4월 25일을 공휴일로 정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그들의 희생을 기린다. 대부분 공원에서 행사를 하는데 추모탑을 중심으로 남녀노소 구분 없이 모인다. 추모탑에는 동판위에 제1차 세계 대전과 제2차 세계 대전 그리고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에 참여하여 전사한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세 명의 병사 이름도 새겨져 있었다. 눈을 감고 그들의 희생에 감사하며 영면을 기원했다. 그들은 평화와 자유 민주주의를 위해 머나먼 나라의 낮선 땅에서 전사한 군인들이다. 호주는 침략을 받은 적이 없으니 직접 전쟁을 치르진 않았지만 세계 평화를 위해서 자국의 군대를 파견했다. 그렇게 전사한 이들을 잊지 않고 추모하며 후세 사람들에게 평화와 자유를 지키는 것은 매우 고귀한 것이고 그것을 침해하는 세력에는 결연히 맞서 싸워야 하는 것임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 최일선에서 나라를 지키고 있는 군인을 제대로 예우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어찌 그들에게 희생을 요구할 수 있겠는가. 어떤 연예 프로그램에선가 미국 군인은 사회 전반으로부터 예우를 받는다면서 미국 항공에서 초특급대우를 받는 VIP 손님은 누구인가를 맞히는 문제였는데 군인이 정답이었다. 6.25전쟁에서 전사한 유해를 발굴하고 확인한 후에 유해를 자국으로 모셔와 봉환식을 열고 부통령이 참석하는 정상급 예우를 갖추는 것을 보고 역시 미국이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인 적이 있다. 2천년 이후에도 제2연평해전이 있었고 천안함 사건이 있었지만 당시 희생된 군인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예우가 보잘 것 없었고 정치권의 막말은 그 유족들을 욕 먹이고 분노하게 했다. 징병제를 택하고 있는 우리는 그들의 희생을 더 고귀하게 여기고 정부 차원이나 사회적인 분위기도 훨씬 더 예우하는 모습이어야 한다.

최근 군의 사기가 바닥이라는 뉴스가 전해진다. 특히 초급 간부들의 사기가 더 떨어졌다고 한다. 큰일이다. 전쟁에서 일선 중대장과 소대장 그리고 경험 많은 부사관의 능력과 자질이 전투의 승패를 좌우하는 것을 물론이려니와 결국은 전쟁의 승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병사 월급을 200만원으로 올린다는 정치권의 포퓰리즘적인 행태가 초급 간부들이 어렵게 근무해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이런 사정이니 초급 간부들에 대한 인기가 시들해지고 지원율이 급감하고 있다. 심지어 대학의 ROTC 후보생 지원이 미달인 경우도 있고 중도에 포기하고 병으로 입대하는 경우도 속출한다고 하니 그야말로 큰일이다.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현대전은 점점 초급 간부들의 능력과 자질이 중요해지고 있다. 숙련된 경험이 필요하고 상황 판단 능력이 순식간에 전개되는 전쟁 상황의 승패를 좌우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나라들이 우리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막강한 국방 능력만이 우리를 지켜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가 군인에 대한 인식을 달리해야 한다. 특히 정치권이 대한민국을 위한 애국심으로 정치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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