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방식 고수 작품 시작부터 완성까지 '인내·끈기' 필수

편집자

단양군 대강면 방곡리 도예촌. 이 곳은 도자기 도예가들의 집성촌이기도 하다. 고인이 된 도예가 서동규 명장(2천년 대한민국 28호 동예명장 선정)이 1994년 이 곳을 도예촌으로 만들었다. 도자기로 새로운 삶을 꿈꾸었던 사람들이 전국각지에서 모이면서 한 때 이 곳은 10곳에서 혈기왕성하게 사업을 펼쳤다. 하지만 경제적 악화 등이 불면서 현재 남아 있는 곳은 단 5곳 뿐이다. 그 중심에는 서동규 명장의 아들인 서찬기 도예가가 있다. 3대째 도자기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서찬기 도예가(무형문화재 사기장 10호 전수교육사. 51세). 그를 만나 진솔한 얘기를 들어봤다. 

 

서찬기 도예 전승자가 전시장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장면. /정봉길
서찬기 도예 전승자가 전시장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장면. /정봉길

〔중부매일 정봉길 기자〕 서찬기씨(호 도봉)는 1994년 도예를 처음 접했다.

아버지의 강한 확신에 이끌려 도예가로서 인생을 시작했다.

흙을 만지는 것이 즐거웠던 그는 늘 아버지와 함께 했다.

때론 밤새도록 기술을 연마를 할 때는 힘들어 다른 직장을 구하려고도 했었지만, 그때마다 아버지가 마음을 바로 잡게 했다.

아버지 서동규 명장은 도예가들에게는 전설적인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

60년 이상을 도자기에 인생을 바친 서 명장.

그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막사발과 다기셋트, 녹자 등이다.

특히 녹자는 서 명장이 특허(제0208771호)까지 낼 정도로 유명하다.

하지만 천재는 단명한다는 말처럼, 서 명장은 2021년 11월 지병으로 운명을 달리했다.

서찬기 도예 전승자가 매장에서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 모습. /정봉길
서찬기 도예 전승자가 매장에서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 모습. /정봉길

서찬기 도예가는 2021년 4월 충북 무형문화재 사기장 10호 전수교육조교 인증서를 수여받았다.

아버지가 남긴 도자기의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는 도자기를 만드는 것은 '내 자신과의 싸움'이라 말한다.

도자기를 빚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흙을 가라앉혀 앙금을 만드는 작업, 물레작업, 모양을 만든 후 1차 소성(초벌), 유약을 바르고 2차 소성(재벌) 작업 등을 거쳐야만 비로소 도자기가 완성된다.

인내가 없다면 결코 이뤄낼 수 없는 작업들이다.

서찬기 도예가는 전통가마를 고수하고 있다.

서찬기 도예 전승자가 가마에 불을 지피고 있는 모습. /정봉길
서찬기 도예 전승자가 가마에 불을 지피고 있는 모습. /정봉길

이 도예촌에는 대부분 가스를 이용해 도자기를 빚는다.

가스를 사용할 경우, 동서남북에서 일정하게 열을 가하기 때문에 색이 깨끗이 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장작가마는 불의 조화에 따라 색깔이 다르게 나오는 게 특징이다.

"도자기가 투박하고 거칠게 나와야지 질리지 않는다"는 게 서 도예가의 철학이자 매력이다.

서 도예가가 고수하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유약을 바를때 화공약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바로 느릅나무 재 만을 사용한다.

느릅나무 재는 독성을 해독시키는 성분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는 아버지의 유언이기도 하다.

서 도예가는 1년에 7~8번정도 불을 피운다.

아버지가 살아계실때는 한달에 한 번씩 불을 피웠지만, 일손이 없다보니 불 피우는 양도 줄었다.

도자기를 구워내려면 1300~1400도씨의 불을 가해야만 한다.

그러면 13~14시간동안 불을 피워야한다.

땔감으로는 소나무를 사용한다. 불 순환이 잘되고, 화력이 좋아 재가 쌓이지 않는다.

이는 그동안의 많은 실험을 거친 서 도예가의 노하우다.

서 도예가는 "다른 나무를 사용할 경우 가스가 발생될 수 있어 도자기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무리 도자기를 잘 만들어도 불을 잘못 가하면 색깔 등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찬기 도예 전승자가 매장에서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 모습. /정봉길
서찬기 도예 전승자가 매장에서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 모습. /정봉길

특히 이곳에서는 방곡도염이 유명하다.

방곡도염은 1990년 개발해 2천년 특허낸 1천도 이상에서 구워낸 소금이다.

8시간동안 불을 피워야만 이 도염을 만들 수 있다.

방곡도염은 김대중 전 대통령 정권부터 현재까지 청와대에 납품되고 있을 정도로 인기다.

서 도예가의 포부는 남다르다.

단양군이 전국 최고의 도자기 명소로 거듭나길 바라고 있다.

또한 우리의 도자기를 국내가 아닌 세계적으로 알리고 싶어한다.

서찬기 도예 전승자가 가마에 불을 지피고 있는 모습. /정봉길
서찬기 도예 전승자가 가마에 불을 지피고 있는 모습. /정봉길

그는 2018년, 2019년 미국애틀란타미주한인문화재단 초청전시회(한국교육원, 둘루스)를 갖기도 했다. 당시 한인들은 도자기에 매료돼 모든 도자기를 팔기도 했다.

서 도예가는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방곡도예촌을 도자기 명소로 만드는 게 나의 작은 소망이다. 기회가 되면 유럽 등에서 전시를 하여 우리문화의 작품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방곡도요 http://www.banggok.co.kr. Tel.(043)422-1510.
 

방곡도요 주요 공예품

▶정호다완 막사발.

그릇의 색깔은 부드러운 살구색을 띄어 오래 보아도 눈이 피로하지 않다.

그릇 표면에 나타난 유의약의 흐름은 운해가 깔린듯 오묘한 경치를 보는 듯하다.

▶녹자

우리나라에서 녹자로 기록된 문헌을 찾지 못했다.

따라서 방곡도요에서 제작된 황록색에 가까운 녹자는 이 곳만의 특수한 자기다.

대한민국정부가 인정한 서동규 명장의 손끝에서 살아난 녹자는 건강 도자기다. 녹자는 기름기 있는 음식을 담아도 물을 헹구기만 해도 된다.

전자레인지에 데워도 다른 그릇에 비해 뜨겁지 않으면서 정수가 되는 등 공해에 찌든 현대인의 건강을 지켜주는 천연도자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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