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가까이 둥지틀기 중… 올해 산란 포기한 듯
먹이활동 등 정착 힘써… 애정 돈독·활동반경 확대

진천군 백곡면 백곡저수지 상류 습지에 날아들고 있는 황새 부부(왼쪽 B93 수컷, 오른쪽 E49 암컷)가 나란히 먹이 활동하고 있는 모습. 이들은 백곡천과 인근 습지에서 수서곤충과 물고기, 개구리 등을 잡아먹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성식
진천군 백곡면 백곡저수지 상류 습지에 날아들고 있는 황새 부부(왼쪽 B93 수컷, 오른쪽 E49 암컷)가 나란히 먹이 활동하고 있는 모습. 이들은 백곡천과 인근 습지에서 수서곤충과 물고기, 개구리 등을 잡아먹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성식

[중부매일 김성식 기자] 중부매일 취재팀에 의해 처음 알려진 '진천 백곡 황새 커플(개체식별번호 E49·B93)'이 올해는 시기가 너무 늦어 산란을 포기한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활동 영역을 넓혀가며 정착하려고 애쓰고 있어 내년 번식기에는 실제 번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 전망이 나와 기대감이 크다.

'세계적인 생명터 미호강 대탐사'에 나서고 있는 중부매일 취재팀은 1~2일 이틀간 진천 백곡 황새(학명 Ciconia boyciana, 천연기념물,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 커플의 활동을 집중 관찰했다.

취재팀은 우선 황새 커플이 20일 가까이 둥지를 틀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진천군 백곡면 용덕리 산 56-1 송전탑에 둥지를 짓고 있는 이들 황새 커플은 지난달 21일 첫 발견 당시에도 둥지를 틀고 있었다.

당시 70~80% 가량의 진척률을 보였던 데다 그로부터 12일이 경과한 점을 고려하면 최소 보름 이상, 길게는 20일 가까이 둥지를 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야생에서 황새들이 둥지를 트는 데는 빠르면 일주일, 늦으면 15일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정상적인 번식쌍인 경우이고, 진천 백곡 황새 커플은 번식기가 한참 지난 뒤에 둥지 틀기에 나섰기 때문에 이들이 실제 번식에 나서려고 했더라면 둥지 틀기를 서둘러 마치고 이미 알을 낳아 포란(알품기)에 들어갔어야 한다.

전문가들이 이들 황새가 올해 번식을 포기한 것으로 보는 이유다.

김수경 박사(예산황새공원 야생복귀연구팀 선임연구원)는 "오래도록 둥지만 틀고 알을 낳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올해는 번식기가 거의 끝나서 산란을 포기한 게 아닌가 싶다"며 "내년 번식기엔 분명 산란-포란-육추(새끼 기르기)로 이어지는 정상적인 번식 활동에 들어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취재팀은 또 이들 황새가 둥지로부터 약 3km 떨어진 백곡저수지까지 날아가 먹이 활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두 황새는 먹이 활동을 하는 중에도 항상 가까이 붙어 다녔으며 휴식 중에는 상대의 깃털을 다듬어 주는 등 애정 표현하는 장면도 곧잘 눈에 띄었다.

백곡저수지 상류에서는 물이 흐르는 하천과 인근 습지에서 주로 수서곤충, 물고기, 개구리 등을 잡아먹는 것이 목격됐다.

먹이터 주변에는 왜가리, 중대백로, 중백로, 쇠백로 같은 백롯과 새들이 많았으나 황새와는 거리를 두고 활동했다.

이들 황새는 발견될 당시엔 둥지로부터 1~1.5km 정도 떨어진 가까운 곳에서 주로 먹이 활동을 하고 있었다. 황새는 번식기에 보통 2km의 활동 반경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황새 커플이 애정을 더욱 돈독히 하고 활동 반경을 넓히는 것도 현지 정착, 나아가 내년도 번식에 긍정적 요인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예산황새공원 하동수 연구원은 "두 황새가 내년 번식기까지 헤어지지 않고 함께 잘만 지낸다면 올해 둥지를 틀었던 송전탑 혹은 인근 송전탑에 다시 보금자리를 틀어 정상 번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앞서 중부매일은 지난달 22일자 '자연 방사 동갑 황새 부부 미호강 수계에 둥지' 제하의 기사를 통해 "일명 음성 과부황새가 죽은 지 29년 만에 '황새의 고향' 미호강에 실제로 황새가 돌아왔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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