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있는 풍경>

드라마 '그 여자'와 영화 '밀애'의 차이

지난 17일 종방한 드라마 ‘그 여자’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이 드라마는 불륜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다뤘음에도 출연진의 세밀한 캐럭터 심리 묘사로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냈다.이러저러한 이유를 달아도 여튼 핵심은 ‘불륜’이다.

텔레비전 앞에서 통쾌한 복수극을 바라는 많은 조강지처들은 모르긴 몰라도 ‘아내 버리는 남자치고 잘 되는 꼴을 못봤다’는 말을 이구동성으로 내뱉었을 것이다.극중 윤지수를 지지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시청자 대부분이 주부였으니까. 또한 그럴수록 지수와 정재민 부부를 이혼으로 이끌었던 오세정의 역할은 단연 돋보였다.

결혼한 친구의 말이다.

“어휴~ 속 터져. 요즘 여자들(미혼) 정말 싸가지가 없어. 왜 잘 살고 있는 남자를 건드리는 거야? 세상에 남자가 없어? 돈이 없어? 꼭 있는 것들이 살림하고 애키우느라 구질구질해진 여자를 상대로 장난을 한다니까? 그럼, 연봉 3천만원 가치의 가사일 하고도 내팽개쳐지는 주부들을 어떻게 하라고? 또 애들은? 지들도 똑같이 당해봐야 돼!”

단호한 어조로 쏟아낸 성토에 친구들은 ‘본처기질 나온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대부분 이러한 공방에 남자들 얘기는 쏙 빠진다.왜냐.극중 정재민은 철이 없어서이거나 사랑의 진정성이 없는 오세정에게 꼬임을 당했기 때문이다.한 마디로 또 한 사람의 피해자라는 것.세정의 태도가 돌변한 이후 그의 모습이 어땠나? 잃어버린 가정을 찾기위한 몸부림이 그야말로 처절하다 못해 눈물겹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많은 여성들이 비난의 화살은 세정쪽으로 몰아가면서 점차 재민을 향한 마음의 문을 용서의 이름으로 연다는 데 있다.남자들은 으레 그런 홍역을 치를 수 있다는 관대함은 지수의 친정어머니에게서 더 잘드러난다.

또 다른 불륜 이야기가 있다.

이번엔 전경린의 소설 ‘내 생애 꼭 하루뿐인 특별한 날’을 변영주 감독이 영화화 한 ‘밀애’다.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이 영화 역시 불륜이라는 소재에 ‘여성주의’를 결합시켰다.극중 미흔과 지수는 닮았다.둘의 방황은 남편의 외도에서 시작됐으니까.드라마의 구도연은 영화속 인규를 떠오르게 한다.

대학 졸업 후 집안 살림과 가족 뒷바라지를 하며 별 탈 없이 살아온 가정주부 미흔.그러나 그녀의 집에 남편의 여자가 다녀간 이후 일상은 뒤죽박죽이 된다.남편은 그런 그녀와 딸을 데리고 남해의 작은 마을로 이사를 하지만 초점이 정확하지 않은 시선에 가끔 미간을 찌푸리며 우악스럽게 밥을 입으로 집어넣는 그녀는 정신이 반쯤 나가 있다.

그런 그녀에게 남편은 인생을 포기하며 촌구석에 내려왔는데 이럴 수 있냐며 도리어 화를 낸다.나때문에에서 점점 자연스럽게 너 때문에가 돼 가는 순간이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날 윗집에 사는 의사 인규가 특별한 게임을 제안한다. ‘사랑해’라고 말하는 순간 지게되는 사랑게임그러나 둘에 대한 소문이 시골마을에 퍼지고.결국 그녀는 살고 인규는 죽음으로써 영화는 끝을 맺는다.이 영화에서 남편의 여인은 큰 의미가 없다.처음 의리를 저버린 당사자가 6개월이라는 시간동안 어떻게 죄의식을 피해의식으로 바꿔가는지 확인할 수 있었을 뿐이다.

미흔은 말한다.“활력은 불행으로부터 시작된다.내 삶의 슬픔이 내가 비로소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미흔과 인규.그들이 위반한 금기는 서로 다른 곳을 응시하거나 눈감아 버리는,성을 교환적 가치로 바라보는 그것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이 영화 여성때문에 여성의 불행이 닥쳤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드라마 ‘그 여자’와 영화 ‘밀애’의 차이다.

많은 드라마와 혹은 영화들이 여성을 여성의 적으로 위치시키며 심리적 자극 밀도를 높힌다.누구인들 이러한 설정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변영주라는 감독과 전경린이라는 소설가가 공유하는 것,그래서 ‘밀애’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이러한 대결구도를 이제는 드라마에서도 찾을 수 없게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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