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에세이] 김병연 수필가

서해안의 명소라면 먼저 간월도(看月島)가 떠오른다. 밀물 때면 섬이 되었다가 썰물 때면 걸어서 들어 갈 수 있는 곳! 그곳에 있는 암자가 간월암(看月庵)인데, 태조 이성계의 스승이었던 무학대사가 '달을 보고(看月) 깨달음을 얻은 것'으로 유명하다.

수덕사의 만공(스님)은 1937년 7월 조선총독 '미나미'가 주최한 공개석상에서 "전 총독 '데라우치'는 우리 조선에 큰 죄악을 지은 사람으로, 지금은 마땅히 지옥에 떨어져 한량없는 고통을 받을 것이라." 고 호통을 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1942년 퇴락한 간월암을 중창하고는 조국의 광복을 기원하는 천일기도를 올린 지 사흘만인 1945년 8월15일에 광복을 맞았다. 8월 16일에야 덕숭산 한 암자에서 이 기쁜 소식을 듣고는, 수덕사로 내려오는 길가에서 '무궁화꽃' 한 송이를 꺾어들고 먹물을 갈아 종이를 펴고는 '世界一花'라고 쓰더니, 검게 물든 무궁화꽃송이를 여러 대중들에게 보이면서!

"세계일화(世界一花)! 너희들이 보다시피 세계는 한 송이 꽃이라는 말이니, 너와 내가 둘이 아니요, 산천초목이 둘이 아니요, 이 나라 저 나라가 둘이 아니요, 이 세상 모든 것들이 한 송이 꽃인 것이다. 머지않아 이 조선이 '세계일화'의 중심이 될 것이다." 라고 예언하였다.

여러분은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지렁이 한 마리도, 참새 한 마리도, 모두를 부모형제, 하느님처럼 섬겨야 한다. 심지어는 저 미웠던 왜놈들까지도 그렇게 섬겨야, '세계일화' 즉 세상이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날 것이다."라고 하였다.

지금도 수덕사에 가면 그날의 '세계일화' 액자가 있다. 앞마당 동편엔 법고각(法鼓閣: 큰 북을 안치한 건물)이 있는데, 그 위쪽에 건물 중앙에 걸린 액자에서 '世界一花'를 볼 수 있다. 그 옆의 작은 글씨가 '근화필'(槿花筆: 무궁화 꽃으로 썼음)이고, '만공' 이란 낙관(落款)이 찍혀 있다.

문득 '세계일화'의 일환으로, 11남매를 다둥이 가정에 생활비 일체를 부담하여 화제가 된 '우민재단(이사장장덕수)' 떠오른다. 본 재단은 2014년 이사장이 개인재산 170억원을 희사하여 설립하였다. 지난 6월22일에는 지구촌을 이끌어갈 39명의 체육 꿈나무들에게 장학금 5천만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는 10여 년간 충북양궁협회장을 역임하면서 양궁 꿈나무 육성에 헌신함으로써 '충북양궁'이 지구촌에 우뚝 설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 도교올림픽의 백미(白眉)는 단연 금메달 5개를 획득한 양궁종목일 것이다. 그 주역들이 바로 우리고장 청주시청 선수들이었다.

'우민'의 나눔과 상생 정신은 1945,8,16일 만공이 무궁화꽃송이에 먹물을 묻혀 쓴 '세계일화'와 맥을 같이 한다. 동안 중국의 연변대학, 필리핀 코르도바 스쿨, 히말라야 산기슭 오지학교까지도 지원함으로써 '우민의 지평'을 지구촌으로 넓혔다. 그동안 3천여 명에게 50여억 원을 지원해 주었다.

김병연 수필가
김병연 수필가

이제 '우민'에게는 세계일화로 승화(昇華)해야 할 과제가 있다. 갈등과 난관을 극복하여 한 차원 높은 곳으로 도약하는 것이 '승화(昇華)'다. 갈등과 난관의 승화를 통하여 충북도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사회를 밝히는 등불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우민의 목표'이며, 진일보(進一步)하여 세계일화로 승화함으로써 인류공영에 이바지하는 것이 '우민의 이상'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남이 잘하는 것을 내가 잘하는 것으로, 남이 잘된 것을 내가 잘된 것으로 생각하면, 그 공덕이 나에게 돌아온다.'는 것이 '수희공덕(隨喜功德: 함께 기뻐하는 공덕)'이다. '우민'에게 함께 기뻐하는 공덕을 보냄으로써, '우민의 목표와 이상'이 실현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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