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은영 청주시 노인복지과 주무관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했고 2026년에는 어르신이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족돌봄의 약화로 돌봄이 필요한 고령·독거노인은 급속히 증가하고 노인의 사회적 관계망 약화로 돌봄의 사회화가 요구되고 있다.

나이가 들면 아픈 곳도 많아지고 거동이 불편해지기도 한다. 가족이 늘 곁에서 돌봐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1인 가족은 점점 늘어나고 자치단체마다 노인을 위한 수많은 정책을 쏟아내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나, 실제 일상생활에서 체감하는 서비스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코로나19 시기에 가장 많이 받은 민원전화는 "내가 타지에 살고 있으니 혼자 사는 부모님 모시고 병원에 좀 가달라"고 하는 민원이었다. 어르신과 그 가족들은 지자체가 노인 돌봄을 적극 지원해 주기를 원한다.

그렇다면, 고령화 시대에 꼭 필요한 서비스는 무엇이 있을까? 바로, 병원 진료나 외출을 도와주는 서비스이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외출은 '산너머 산'이다. 버스를 타고 병원에 가도 진료 접수 키오스크 진입장벽에 부딪히고 미로와 같은 검사실을 오가며 대기 번호표를 뽑고도 순서를 놓치기 일쑤이다. 그뿐 아니라 의사, 간호사가 말한 주의사항을 기억하지 못할 때도 있다.

청주만 해도 농촌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이 종합병원 진료를 위해 이동해야 하는 거리가 상당하고 거동 불편 어르신의 경우는 가족들이 연차를 사용하지 않는 한 혼자서 이동하기 쉽지 않다.

어르신에게 동행서비스만 지원하면 휠체어, 목발 등을 짚고 버스나 택시를 타고 병원까지 이동하는데 불편하고, 이동서비스만 지원하면 결국 목적지에서 거동 불편 노인이 혼자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문제점을 진단하여, 동행과 이동을 접목하는 형태의 서비스를 생각하게 되었다.

'돌봄매니저가 함께하는 어르신 이동지원서비스'는 돌봄매니저가 집 앞에서부터 목적지까지, 목적지에서 집까지 함께 이동하며, 병원 진료내용과 주의사항 등을 가족들에게 안내하고 생활형편, 건강 상태 등을 상담하여 필요시 복지서비스도 연계해 준다.

2023년 2월부터 청원구에서 시범운영 중인 이 서비스는 사회복지사 2명, 차량 2대로 운영 중이며 사전 예약제, 월 2회 이용 횟수 제한에도 어르신과 보호자들에게 만족도가 높다.

서비스를 이용한 어르신께서 "병원 가면 늙은이들은 몰라서 이리갔다 저리갔다 그러는데, 돌봄매니저가 설명을 듣고 잘 알려줘요. 매니저가 없으면 내가 물어서 물어서 병원 안을 돌아다녀야 해요. 이렇게 해주니 고맙다."라고 말씀하셨다.

현금성, 일회성 복지보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에게 꼭 필요하고, 좋고, 또 이용하고 싶은 질 높은 서비스를 만들고자 한 노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하였다.

유은영 청주시 노인복지과 주무관 
유은영 청주시 노인복지과 주무관 

본 서비스는 연말까지 다양한 의견과 문제점들을 보완하여 2024년에는 청주시 전역으로 확대해 나가는 게 목표이다. 앞으로도 수요자 중심의 새로운 돌봄정책을 발굴하여 지역 어르신들이 평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어르신이 행복한 더 좋은 청주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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