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현 칼럼] 한기현 논설고문

정부가 지역과 대학의 동반 성장을 통한 지방 대학 살리기에 나섰다.바로 '글로컬대학30' 사업이다. 이 사업은 과감한 대학 혁신을 통해 지역과 대학의 동반 성장을 이끌 지방 대학 30곳을 오는 2026년까지 선정해 학교당 5년간 1천억 원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교육부는 지난달 20일 글로컬대학30 예비 지정 15개 대학을 선정하고 세부 실행 계획서를 평가해 오는 10월 10여 개 대학을 2023년 글로컬대학으로 최종 뽑을 계획이다.예비 지정 대학에는 충북대와 한국교통대(충북), 순천향대(충남), 강원대·강릉원주대(강원), 경상국립대(경남), 부산대·부산교대(부산), 순천대(전남), 안동대·경북도립대(경북), 연세대 미래캠퍼스(강원), 울산대(울산), 인제대(경남), 전남대(광주), 전북대(전북), 포항공대(경북), 한동대(경북), 한림대(강원) 등 비수도권 10개 시·도 대학이 선정됐다.충북대와 교통대, 강원대와 강릉원주대, 부산대와 부산교대, 안동대와 경북도립대는 대학 통합을 조건으로 예비 지정 대학에 뽑혔다.교육부는 "지역 안배보다는 대학이 낸 기획서의 혁신성을 중시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방 대학 살리기에 나선 것은 비수도권 대학 대부분이 학령 인구 감소에 따른 신입생 감소로 존폐 위기에 빠졌기 때문이다.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학령 인구는 2003년 1천91만6천 명에서 2023년 725만9천 명으로 33%나 감소했다.이에 박근혜 정부가 2014년 '지방 대학 및 지역균형 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으나 지방 대학 소멸 위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문재인 정부도 지방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5조8천억 원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학령 인구 감소와 수도권 인구 집중으로 신입생이 급감해 문을 닫는 지방 대학이 잇따랐다.교육부에 따르면 2021년 지방 대학 신입생 충원율은 92.3%로 10년 전보다 6.8%포인트나 줄었다.같은 기간 수도권 대학은 99.2%로 0.3%포인트 감소에 그쳤다.수도권에서 먼 곳, 즉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는다'는 말이 현실화됐다.실제로 2천년 이후 폐교된 대학 19곳 중 18곳이 지방 대학이다. 서울대사회발전연구소는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된다면 오는 2040년 국내 대학 380여 곳 중 절반 정도만 살아남고 폐교 대학 대부분은 지방 대학이라고 경고했다.

충북에서 유일하게 예비 대학으로 지정된 충북대와 한국교통대가 글로컬대학에 최종 선정되면 소멸 위기에서 벗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그러나 충북대 일부 재학생들이 교통대와 통합에 반대해 진통이 예상된다.이들은 두 대학 통합을 전제로 한 글로컬대학30 계획이 민주적이고 공개적인 의견 수렴 과정 없이 추진됐다는 점을 지적한다.또 통합 조건으로 충북대 교명 사용, 동일한 졸업장 발급 반대, 현 캠퍼스 학과·학생 유지 등을 요구했다.

충북대 재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통합 반대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온라인을 통한 '충북대 통합 반대 학생 연합'도 결성됐다. 이 단체에는 학생 50여 명이 참여해 통합 반대 활동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이 연합의 한 학생은 "학생 등 구성원과 협의 없이 대학 운명을 좌우할 학교 통합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통합 반대 서명 운동에 학생 1천여 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한기현 논설고문
한기현 논설고문

충북대와 한국교통대는 두 대학 통합을 전체로 글로컬대학30 예비 지정 기획서를 교육부에 제출했다.즉 통합 반대 의견을 잠 재우지 못하면 최종 선정에서 탈락할 수 있다.지금까지 쏟은 대학 살리기 노력이 자칫 무산될 수 있다.

충북대는 대학 구성원과 본심사 준비 과정을 공유하고 학생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는 등 서둘러 통합 반대 여론을 봉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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