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권익위원 칼럼] 원미란 극동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지난 6월 28일 '행정기본법' 및 '민법'개정안이 발효돼, 우리나라 나이를 세는 것이 '만 나이'로 통일됐다.

이에 따라 법령, 계약서, 회사 내규 등에서 특별한 언급이 없으면 모두 '만 나이'를 의미하는 것으로 본다. 이미 만 나이를 기준으로 운영되던 선거권, 연금수령, 정년, 경로우대 등의 정책과 제도들은 현행 그대로 유지되며 취학 연령, 주류·담배 구매 연령, 병역의무, 공무원 시험 응시 등 일부 분야는 '만 나이' 를 적용하지 않는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세는 나이', '연 나이', '만 나이' 등 세 가지 나이 계산 방식이 혼재해 일상생활에서 적지 않은 혼란과 불편을 겪어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에서 박광온 의원의 대표발의로 개정안을 통과시켰는데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도 했다.

'세는 나이'는 태어나자마자 한 살을 부여하며, 해가 바뀔 때마다 나이가 늘어나는 방식으로 생명존중사상이 반영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또 중화권에서 유래한 역법과 셈법에 기반을 두고, 태음태양력을 이용한 음력과 양력의 혼합력과 육십갑자 체계를 사용해 생년월일에 따른 셈법이다.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과 키프로스, 이란 및 튀르키예 등 서아시아 지역에서도 사용됐지만 대부분 '만 나이' 로 전환했다.

우리나라와 문화 환경이 비슷한 동 아시아 국가의 경우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중국은 1912년부터 태양력을 쓰기 시작하면서 '만 나이'를 도입했으나 실생활에서는 잘 사용되지 못했다. 특히 1960년대 문화대혁명으로 '세는 나이' 도 사용하지 않게 됐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 이후 1873년에 태양력을 쓰면서 '만 나이' 계산법을 도입했는데, 초기에는 혼란을 막고자 '세는 나이' 와 함께 사용했다.

1902년에 법령으로 '만 나이' 사용을 공식화 했으나 잘 사용되지 않았고, 1950년에 '연령표시에 관한 법률' 을 통해 국가적으로 '만 나이' 사용을 적극적으로 장려해 정착화 됐다.

홍콩과 마카오는 각각 영국과 포르투갈의 식민 지배로 인해 '만 나이' 가 일찍 정착되었다. 한류열풍으로 홍콩인들은 '세는 나이' 는 한국식 나이로 인식하고 있으며 대만 역시 '만 나이' 만을 사용한다.

베트남은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거쳐 '만 나이' 사용이 정착됐다.

그러나 베트남어는 나이에 따라 호칭이 달라, 생일보다는 생년을 기준으로 호칭을 정하는 특이한 문화가 있다.

북한은 1986년부터 '만 나이' 사용을 공식화 했다. 다만 민법상 나이 및 행정, 통계, 학술적으로는 '만 나이'를 사용했으나 일상생활에서는 '세는 나이'를 사용하다가 2010년대 이후 모두 '만 나이' 로 정착됐다.

우리나라는 1962년 1월 1일, 단기력을 서력으로 전환하면서 정부기관과 국책기업에 '만 나이' 사용을 공식화하는 정부의 담화문 발표가 있었다. 하지만 언론이나 공식 매체에서도 다양한 나이 계산 방식이 복잡하게 혼용돼 한국식 나이(Korean age) 라는 용어도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이제는 글로벌 사회에 맞게 사회적 혼선을 줄이기 위해 '만 나이'로 통일해야 한다는 국민여론은 코로나19로 더욱 가속화 됐다.

이에 대한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2016년 '만 나이 통일' 찬성은 44%, '한국식 나이 유지' 46.8% 로 오차 범위 내 접전으로 나타났다. 2021년에는 '만 나이' 사용 찬성이 71%로 늘었고, 2022년에는 81.6% 가 찬성했다. 특히, 응답자 86.2% 는 일상에서도 '만 나이' 사용을 선호했다.

원미란 극동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원미란 극동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다양한 나이 계산법으로 인한 혼란, 불편 해소', '한국식 나이 계산법이 주는 서열문화 타파', '국제사회 기준과 통일'과 '체감 나이 하향' 등을 주된 찬성이유로 꼽았다. 이렇듯 '만 나이 통일법' 은 '나이' 를 법적, 사회적 연령 기준으로 확립하는 것에도 큰 의미가 있다.

'만 나이 통일'을 계기로 다양한 연령층이 서로의 삶을 존중하고 함께 성장하며, 나이에 따른 서열문화를 벗어나 세대통합과 포용 협력시대로 나아가는 의미 있는 전환점이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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