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길홍 청주시 청원구 행정지원과 주무관

요즘은 길을 걷다 보면 무인점포를 쉽게 볼 수 있다. 무인 밀키트 판매점, 아이스크림 판매점 등 종류도 다양하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아낄 수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언제든 편하게 이용할 수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하지만 무인점포가 증가하면서 뜻밖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무인점포를 노린 절도 범죄이다. 판매자는 신뢰를 기반으로 무인점포를 시작했는데 절도 범죄의 기승으로 그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행정학에서는 사회적 비용이라는 개념이 있다. 어느 생산자가 어떤 재화를 생산하는 경우, 이로 인해 생산자를 포함한 사회 전체가 부담하는 비용을 말한다. 사회 구성원들 간에 신뢰가 강할수록 사회적 비용은 줄어든다.

점주가 소비자를 믿는다면 무인점포에 cctv, 잠금장치 등 안전장치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 반대로 점주가 소비자를 믿을 수 없다면 그 불안함을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렇다면 공무원이 청렴치 못해서 국가를 신뢰할 수 없다면 국민들은 어떤 사회적 비용을 부담하게 될까? 2010년 초반 이명박 정부 시절 당시 서울중앙지검에서 근무하던 전 부장검사 정 모 씨는 지인에게 청탁을 들어준 대가로 현대 그랜저 차량과 현금 등 금품을 수수하였다. 불과 1년 뒤에는 이모 검사는 내연관계의 변호사에게서 사랑의 증표라며 벤츠 승용차 리스와 고급 명품백을 받았다.

위와 같은 공직 부패사건들이 일어나자 자연히 국민은 국가와 공무원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자 사회적 비용으로 국회는 김영란법이라고 불리는 청탁금지법을 제정했다.

다시 한번 무인점포 이야기로 돌아가자. 점주 입장에서는 불과 몇 차례만 절도행위가 발생해도 소비자를 믿기 힘들다. 대다수의 소비자들이 선량하더라도 실추된 신뢰는 회복되기 어렵다. 공직사회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공직자들은 맡은 바 소임을 다하며 묵묵히 일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공직자의 부패행위는 미꾸라지처럼 공직사회 전체를 흙탕물로 만든다. 비용도 문제지만 정화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미국 스탠퍼드대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는 '신뢰 자본'차이다. 신뢰 기반이 없는 나라는 사회적 비용 증가로 선진국 문턱에서 좌절하고 말 것이다."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1995년 출간한 저서 <트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신뢰 기반이 낮은'저신뢰사회'로 분류했다.

김길홍 청주시 청원구 행정지원과 주무관
김길홍 청주시 청원구 행정지원과 주무관

30년 가까이 지난 우리나라는 어떤 사회일까? 경제발전과 별도로 청렴 선진국에 진입한 걸까? 무인점포에서 소비자가 제값을 치르고 물건을 훔쳐 가지 않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공직자들 모두가 청렴을 당연한 의무로 여기는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 또한 공직자의 행동이 국민들에게는 공직사회 전체로 대변될 수 있음을 자각하고 각자가 연못을 흐리는 미꾸라지가 되지 않도록 유의하여 대한민국이 진정한 청렴 선진국으로 도약하길 기대해 본다.

키워드

#기고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