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인문학] 허건식 용인대 대학원 객원교수

청소년올림픽에 채택된 손야구인 야구5의 경기모습 /국제올림픽위원회)
청소년올림픽에 채택된 손야구인 야구5의 경기모습 /국제올림픽위원회)

야구의 경기규칙을 사용하는 대신에 야구장비없이 공 하나로 하는 손야구가 있었다. 1970년대중반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어린이들의 놀이로 '찜푸' 또는 '짬뽕'이라는 이름으로 유행했다. 야구 장비를 쉽게 사지 못했던 시절, 간단하게 공 하나로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이었다.

이 손야구의 핵심은 공이다. 주먹이나 손바닥으로 치기 편한 정구공이나 테니스공이었고, 1980년대에는 파란색의 고무로 만들어진 짬뽕공이 유행했다. 베이스는 신발주머니나 네모를 선으로 그려 표시하면 모든 준비가 끝났다. 하교길에 골목이든 공터든 공간이 허락되면 바로 두 팀으로 나누어 시합을 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손야구의 역사는 100년이 넘었다. 1920년대 경성과 각 도시에 야구 열풍이 일어나면서 어린이들 사이에 야구를 흉내 내며 하던 공놀이가 생겨났다. 언론에서의 국내 첫 기록은 1924년 5월 16일 동아일보의 기사에 인천소년용우회 주최로 제3회 인천유년찌푸대회를 개최한다는 기사다. 이 대회가 3회라는 점에서 1921년에 제1회 대회가 개최되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손야구 찌푸는 1926년에는 '권구(拳球)'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었다. 그리고 1927년에는 전국대회로 확대하자는 움직임이 있었으며, 1929년에는 권구를 어린이들의 단체스포츠로 추천할 수 있는 종목으로 소개됐다. 당시 소개된 권구의 특성을 보면, 1) 타수가 주먹과 팔을 사용하여 공을 치는 것, 2) 고무로 만든 가벼운 공을 사용하는 것, 3) 공을 주자에게 던져 아웃 시키는 등으로 이것을 제외하면 야구 경기규칙과 동일했다.

해방이후 1947년 9월 서울운동장에서 개최된 제1회 전국소년소녀종합경기대회(현 소년체전) 경기종목으로 육상, 야구, 정구, 씨름과 함께 권구가 포함되어 있었다. 소년체전에 종목이 포함될 정도였으면 전국적으로 손야구가 상당히 인기가 있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1948년에는 서울의 각 인쇄소 친목을 위해 장년권구대회가 개최되었다는 점에서 성인에 이르기까지 흥행하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이 손야구가 우리에게 잊혀진 추억의 놀이가 되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국제스포츠가 되어 '야구5(baseball 5)'로 보급되고 있다. 5명의 선수로 구성되고 5이닝의 경기를 갖는다는 의미에서 '5'라는 숫자를 넣은 것이다. 야구5의 경기방식은 우리의 손야구와는 조금 달리 개선했다. 타자는 공을 바닥을 향해 쳐야 하며 홈런은 반칙이다. 홈런 규정을 없애니 기존 야구와 달리 공간은 좁힐 수 있고, 경기 스피드는 빨라졌으며, 기존 야구와 소프트볼에서는 불가능했던 야구 환경이 만들어졌다.

야구5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에서 2017년 개발해 2018년에 정식 연맹에 등록한 종목으로, 세계선수권대회 뿐만 아니라, 청소년올림픽, 실내무도아시안게임, 아프리카 비치게임 등의 종목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어쩌면 야구나 소프츠볼은 올림픽종목으로 정착하지 어렵지만, 야구5 종목은 올림픽종목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기존 기득권 스포츠도 무너지고 있다. 스포츠의 세계가 급변하고 있다. 농구도 새로운 3대3 길거리 농구가 국제스포츠로 성장하고 있고, 축구도 풋살이 부각되고 있으며, 비보이로 알려진 브레이킹 종목이 2024년 파리올림픽정식종목이 되었다. 기존 야구는 올림픽에서 개최지 추천종목으로 6개국만이 출전해 왔다. 올림픽에서 종목별로 참가자수가 145명까지 출전이 가능한데 야구의 경우 팀별 25명으로 8강 대회는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야구5는 충분히 가능하다. 실내나 실외 어디에서도 가능할 뿐만 아니라 남녀혼성팀도 구성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앞으로 IOC가 남녀 성벽을 깨는 스포츠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야구5의 발전 가능성은 더욱 높다. 또한,

허건식 용인대 대학원 객원교수
허건식 용인대 대학원 객원교수

100년의 손야구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이야기는 WBSC의 야구5종목 역사 배경에서는 찾을 수 없다. 그리고 오히려 손야구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중남미 일부 국가들의 놀이가 야구5의 역사인냥 소개되고 있다. 과연 WBSC만의 문제일까? 우리에게 손야구는 야구가 흥행하면서 잊혀져 갔다. 우리에게도 훌륭한 스포츠 자원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우리 스포츠계와 정부에서도 스포츠 자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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