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송 궁평2지하차도 앞에서 구조대원들이 침수된 버스를 수색하는 모습. /중부매일DB 
 오송 궁평2지하차도 앞에서 구조대원들이 침수된 버스를 수색하는 모습. /중부매일DB 

장마철마다 반복되는 인재가 올해도 어김없이 발생했다.극한호우가 일찍부터 예고됐는데도 10년 만에 최대 사상자가 발생했다.지난주 600mm 이상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하고 지하차도가 물에 잠겨 17일 오전 현재까지 40여 명이 죽거나 실종됐다.

특히 지난 15일 오전 8시40분께 발생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는 재난당국과 자치단체의 재난관리 허점으로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금강통제소는 200mm가 넘는 비가 내려 미호강 수위가 급격히 오르자 사고 당일 오전 4시10분 홍수 경보에 이어 오전 6시30분 심각 수위에 도달했다며 청주시 흥덕구에 '교통 통제'를 경고했다.하지만 청주시는 홍수 경보 후 4시간 30분이 지나도록 미호강 주변 도로의 교통을 통제하지 않았다.

금강통제소도 흥덕구에만 미호강 범람 위험을 통보했을 뿐 정작 도로관리기관인 충북도에는 연락하지 않았다.청주시는 흥덕구 보고를 받고도 충북도와 미호강 범람 위험을 공유하지 않았다.

결국 미호강 교량공사 현장 제방이 무너지면서 강물이 300여 m 떨어진 지하차도를 집어삼켰다.CCTV 확인 결과 길이 430m, 높이 4.5m의 지하차도가 물에 잠기기까지 채 3분이 걸리지 않았다. 지하차도는 순식간에 지옥으로 변했다.이 사고로 지하차도 안에 버스와 트럭 등 차량 16대가 갇혔으며, 17일 오전까지 13명의 사망자가 확인됐다.

지하차도 침수 사고 첫 신고는 오전 8시45분에 접수됐다.'터널에 물이 차고 있다'는 신고에 충북소방서와 세종소방서가 현장에 도착해 9명을 구조했으나 지하차도 안에는 이미 흙탕물이 들어차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었다.

지하차도 사망자 유족들은 분통을 터뜨렸다.제방 관리 허술과 도로를 통제하지 않아 발생한 인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이태원 압사처럼 꼭 누가 죽어야 대책을 마련하냐.누구 하나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다"고 따졌다.

충북도와 청주시는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청주시는 "지방도 도로 통제는 충북도 관할이다", 충북도는 "연락 받은 게 없다,제방이 무너지면서 순식간에 지하차도로 물이 쏟아져 들어와 교통을 통제할 겨를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궁평지하차도 참사는 설마라는 안전 불감증이 만든 인재가 분명하다.자치단체가 금강통제소의 미호강 주변 도로 차량 통제 경고만 지켰으면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재난당국은 사고가 나면 후속 대책을 세우겠다고 약속했으나 말에 그쳤다.2020년 7월 부산 초량 지하차도가 물에 잠겨 3명이 숨졌는 데도 같은 사고가 또 발생했다.당국은 궁평지하차도 사고 원인과 관리 책임을 철저히 밝혀내 근본적인 침수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더 이상 장마철 지하차도 참사가 일어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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