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현 칼럼] 한기현 논설고문

지난 15일 오전 8시40분께 발생한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는 자치단체와 미호강 교량공사 발주처인 행복도시건설청, 경찰, 소방서 등 재난당국의 안전 불감증이 빚어낸 블록버스터 급 재난종합세트로 드러났다.

금강홍수통제소가 수차례 미호강 범람과 도로 통제, 주민 대피를 경고했으나 자치단체가 침수에 취약한 지하차도 교통을 통제하지 않아 발생한 전형적인 인재였다.충북도와 청주시, 경찰, 소방서 중 한 곳만이라도 미호강 주변 도로를 순찰하고 교통만 통제했으면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사고여서 안타까움을 준다.

궁평2지하차도 참사는 400여 m 떨어진 미호강 교량공사 현장 임시제방이 무너지면서 범람한 강물이 유입된 지 불과 10분 만에 천장까지 집어삼켜 인명 피해를 키웠다.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8일 현재 버스, 트럭 등 차량 17대가 침수되고 14명이 사망해 2천년 이후 충북 최대 단일 사고 인명 피해로 기록됐다.

충북도와 청주시, 경찰, 소방서는 참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금강홍수통제소는 이날 오전 4시10분 홍수 경보에 이어 6시 40분 미호강이 심각 수위에 이르렀다며 청주시 흥덕구에 도로 교통 통제과 주민 대피를 경고했다.

하지만 충북도와 청주시, 흥덕구는 경고를 무시하고 도로를 통제하지 않은 데다 참사가 발생하자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청주시는 도로 관리기관이 충북도라면서도 도로 통제 경고를 충북도에 알리지 않았다.충북도는 청주시의 도로 통제 연락을 받지 못했고 강물이 순식간에 지하차도로 유입돼 손을 쓸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청주시 교통과는 오송읍과 강내면 일부 도로가 빗물에 잠기자 이미 침수된 궁평2지하차도 방향으로 우회하라고 시내버스 회사에 연락하는 촌극을 빚었다.

경찰은 미호강 교량공사 감리단장이 사고 2시간 전인 오전 6시14분부터 7시 50분까지 5차례 112에 미호강 범람을 알리며 지하차도 침수와 주민 대피를 요청했으나 참사 현장과 800여m 떨어진 궁평1지하차도로 출동한 것으로 밝혀졌다.소방서도 주민 신고로 오전 7시50분께 현장을 찾았으나 침수 피해가 없다며 돌아갔다.

사망자 유족들은 분통을 터뜨렸다.제방 관리 허술과 지하차도를 통제하지 않아 발생한 인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이태원 압사처럼 꼭 누가 죽어야 대책을 마련하냐.누구 하나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다"고 따졌다.

국민들은 재난당국의 어처구니없는 재난 대응으로 14명이 세상을 떠난 상황에 분노하고 있다.사고 원인과 책임을 철저히 규명해 같은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무조정실이 궁평2지하차도 사망사고 원인 규명에 나섰다.교통 통제 미시행 등 관련 지자체와 경찰·소방의 안전 조치 내역을 조사한다.조정실 관계자는 재난 대응 사전 조치가 미흡했던 이유, 신고에도 통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 사고 이후 지자체와 관계 기관의 대응 등이 감찰 대상이라고 했다.

경찰도 전담수사본부를 꾸미고 사고 원인과 책임 규명을 위한 수사에 들어갔다.허술한 제방 관리와 교통 통제가 이뤄지지 않은 경위가 수사 대상이다.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 시민재해 조항에 따른 첫 처벌이 될 수 있는지도 관심이다.

한기현 논설고문
한기현 논설고문

충북도의 집중 호우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졌다.지난 18일 낮 12시 현재까지 사망 17명, 부상 14명 등 31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주택 침수 등 시설물 피해는 633건으로 전날 200건보다 3배 이상 급증했다.농작물 피해는 2천746㏊로 조사됐다.

장마철 지하차도 참사는 궁평2지하차도가 마지막이어야 한다.정부는 예산 타령 그만하고 원격 진입차단시설 등 근본 대책을 세워야 한다.여야는 지하차도 참사를 예방할 수 있는 관련 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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