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사교육은 말 그대로 공적 교육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공교육이 학교 교육을 대체하는 개념이라면 사교육은 개인들이 사적으로 시키는 교육을 말한다. 홈스쿨링(Home Schooling)이나 개인적으로 시키는 예체능 등도 이런 범주에 포함된다. 그런데 이런 사교육이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서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사교육이 입시교육에 크게 영향을 미치면서 공교육을 대체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사교육 비용은 2022년 기준 20조를 넘어섰다. 2020년 19조 4천억, 2021년 23조 4천억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주요 사교육비는 입시학원과 개인 과외에서 지출되며 영어와 수학의 비중이 50% 이상으로 가장 높게 나타난다. 2021년 초중고를 포함 학생 1인당 월 사교육비는 초등 32만 8천원, 중학교 39만 2천원, 고등학교 41만 9천원이다. 이는 우리나라 평균 가구당 소비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또한 학생들의 70% 이상이 사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성인들이 자기 계발을 위해 투자하는 사교육비 월 10만원 정도(2019년 기준)와도 크게 대비된다.

사교육은 우리 사회에서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 교육시장이다. 이는 우리 사회의 과열된 교육열과도 무관치 않다.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경제 사회적으로 득이 되기 때문에 더욱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다. 이런 현상은 학생 수는 점차 줄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교육비는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연구에 의하면, 사교육의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는 높은 비용 지출로 인해 가정 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 사교육비가 너무 비싸 사회 경제적 배경이 낮은 가정에서는 사교육에 접근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킨다.

높은 교육비가 현재 저출산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사교육비는 가정에 상당한 재정적인 부담을 주기 때문에 이로 인해 자녀를 갖지 않거나 자녀수를 제한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0.78명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한다는 중압감으로 정신적 부담을 안게 된다. 흔히 "서연고서성한(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으로 이어지는 명문대 입학을 위해 치열한 경쟁과 자원을 투자해야 하는 상황은 당사자는 물론 주변 가족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유야 어떻든 사교육 문제의 뾰족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 사회의 독특한 문화, 즉 "막노동을 해도 대학은 나와야 한다"는 말이 함의하듯 우리 사회의 독특한 학벌 문화와 깊은 관련성을 갖는다. 이는 과거 '치맛바람'이라는 말이 유행했을 정도로 교육에 대한 과도한 열망을 나타낸다. 그동안 역대 정부들은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들을 모색해 왔다. 예컨대 '공교육 정상화'나 '내실 있는 교육', '대입제도의 단순화', '수능 영어 절대평가', '방과후 활동 활성화' 등 수없이 많은 대책들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교육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도 마찬가지다. 사교육 문제를 잡기 위해 사교육 "이권 카르텔"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문제해결을 위해 칼을 빼 들었다. 수능에서 고난도 문제, 속칭 '킬러 문항'의 배제가 그것이다. 정부의 의도대로 킬러 문항을 배제한다고 과연 사교육이 잡힐까? 그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장담컨대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난이도 조절 실패문제로 확산될 개연성이 훨씬 더 크다.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사회의 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좌표수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좌표수정 없이 몇가지 요소만 제거한다고 해서 사교육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하면 "막노동을 해도 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의식에서 이제는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교육"으로의 인식 대전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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