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충북도지사가 20일 오전 충북도청에 마련된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 합동분향소에 방문해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20일 오전 충북도청에 마련된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 합동분향소에 방문해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결국 '관재(官災)'라는 지적이 확산중인 가운데 해당 지자체장들이 수해 민심을 전혀 모르는 언행으로 비난을 자초했다.

참사 유가족 등 지역 민심은 희생자들을 모신 빈소에서부터 나타났다.

일부 유족들은 충북도·청주시 등 관(官) 관계자 조문이나 충북지사 조기(弔旗) 비치를 거절했고, 각종 행정지원도 거부했다.

다만 이들은 가족의 희생에 대해 "억울함을 풀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런데 충북도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재난·재해 상황의 총지휘권자인 김영환 충북지사는 지난 20일 도청에 마련된 오송 참사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조문한 뒤 참사 현장에 늦게 도착한 것에 대해 "현장에 일찍 갔어도 바뀔 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호천교)임시제방이 붕괴하는 상황에서는 어떠한 조치도 효력을(발휘하지 못하고) 생명을 구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유가족의 심정으로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밝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 지사가 이번 참사의 원인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주관한 제방공사의 부실로 보고, 충북도는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답한 것으로 해석됐다.

지적이 빗발처럼 이어지자 김 지사는 "'책임자를 밝히겠다'고 한 발언 속 책임자는 나를 포함한 우리(공무원) 모두를 지칭한 것으로 의미 전달이 왜곡됐다"고 해명했다.

또 사고 현장 관련 발언에 대해서도 "내가 현장에 일찍 가서 지휘·통제·구조 등을 하지 못한 게 잘못"이라며 "그렇게 하지 못한 것과 대형 참사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것을 자책하고 안타까움을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합동분향소를 들른 후 심경을 묻는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차에 올랐던 이범석 청주시장의 처신도 문제였다.

이 시장은 이날 오후 청주시청 기자실을 찾아 사과문을 발표하며 시민들에게 머리를 숙였지만 부실·늑장 대처로 성난 민심의 비난을 피해갈수 없었다.

게다가 1천자 분량의 사과문에서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 대해선 단 한 마디도 거론하지 않아 '반쪽짜리 사과'에 그쳤다는 질책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소속인 김 지사와 이 시장을 겨냥한 야당의 비난이 쏟아진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은 성명에서 "김 지사는 귀를 의심케 하는 망언을 했다"며 "참담한 망언에 대해 석고 대죄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희생자분들의 영전 앞에서 정녕 부끄럽지도 않은가"라고 질타하고 "생명의 소중함을 모르는 김 지사는 도지사 자격이 없다"고 꾸짖었다.

정부는 국무조정실이 나서 감찰반을 꾸려 충북도와 청주시, 충북경찰청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국회도 이번 참사와 관련해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지역 관계자를 출석시킬 예정이다.

이번 참사의 진상을 명확히 밝혀 두 번 다시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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