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관계자들이 오송 참사 합동분향소를 찾아 남긴 방명록./ 중부매일DB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관계자들이 오송 참사 합동분향소를 찾아 남긴 방명록./ 중부매일DB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를 두고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는 미국 대통령의 교훈이 가슴을 찌른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5월 22일 한국 방문을 마치고 떠나면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 문구가 적힌 탁상용 명패를 선물했다.해리 트루먼 미국 33대 대통령이 재임 기간 집무실 책상 위에 둔 명패를 본뜬 것이다.대통령실은 "대통령의 막중한 책임을 잘 새겨달라는 우정의 조언이 담긴 것 같다"고 선물의 의미를 설명했다.

하지만 트루먼 대통령 명패는 선출직 공직자들이 무한 책임을 떠나 억지 변명만 일삼는 대한민국의 오늘과 다르다.일부 공직자는 오히려 국민을 우습게 보고 훈계한다.서로 위치가 바뀐 것 같아 씁쓸하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출직 공직자는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모든 일은 내가 책임진다'는 자세로 일해야 한다. 특히 국민 눈높이에 어긋나는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한번 내뱉은 말은 엎질러진 물처럼 다시 담을 수 없고 파장 또한 크기 때문이다.

충북에서 최근 오송지하차도가 침수해 14명이 사망했는데도 해당 지역 단체장들은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해 공분을 사고 있다.지난 15일 오전 8시40분께 미호강 교량공사 현장 임시제방이 무너지면서 범람한 강물에 길이 400여 m, 높이 4.5m 오송지하차도가 순식간에 잠겨 14명이 숨졌다.

사고 당시 지하차도를 관리하는 충북도와 청주시, 충북경찰은 금강홍수통제소의 미호강 주변 도로 교통 통제 경고와 "미호강이 범람해 오송지하차도 침수가 우려된다"는 잇단 주민 신고에도 현장 대응에 소홀해 사고를 막지 못했다.참사 후에도 충북도는 '청주시 연락을 받지 못했다', 청주시는 '우리 관할이 아니다'며 서로 책임을 떠넘겼다.

충북도와 청주시는 국무조정실이 감찰에 나서고 검찰이 전방위 수사를 벌이자 떠밀리듯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김영환 지사는 지난 21일 충북도 홈페이지에 '오송 궁평2지하차도 사고와 관련해 유가족과 도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사과문을 게시했다. 재난기관 간 상황 공유가 안 돼 현장을 늦게 찾은 것도 모자라 참사가 발생한 지 6일이 지나 공식 사과했다.

이범석 청주시장도 앞서 20일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폭우 피해와 보상만 강조하고 오송지하차도 사고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공직 사회는 오송지하차도 파장이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자 일단 직격탄은 피해야 한다는 보호 심리가 작용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유족들은 "책임지려는 공무원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송지하차도 참사는 국조실 감찰과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인재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충북지사와 청주시장은 트루먼 대통령의 교훈을 곱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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