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죽음으로 내몰아… 희생자 잊혀질까 겁나"

오송참사유족협의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최은경 씨가 27일 중부매일과의 인터뷰에서 참사로 숨진 어머니 이야기를 하던 중 울먹이고 있다.
오송참사유족협의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최은경 씨가 27일 중부매일과의 인터뷰에서 참사로 숨진 어머니 이야기를 하던 중 울먹이고 있다.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이 참사가 잊혀지는 게 겁나요. 지금 저희에게 필요한 건 '관심'입니다. 14명의 희생자를 기억해달라는 의미도 있지만 다시는 이런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의미에요."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족협의회' 공동대표 최은경(43·여)씨는 오송 참사를 오래오래 기억해달라고 부탁했다. 최씨는 버스탑승객이었던 故 백모(72·여)씨의 큰딸이다. 오송참사는 지난 15일 폭우속 인근 미호강 제방이 붕괴돼 6만톤의 물이 궁평2지하차도로 쏟아지면서 14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고 현장을 보는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지하차도에 물이 완전히 끝까지 찼더라구요. 엄마가 저 차가운 흙탕물 속에 계실 거라니 가슴이 찢어지더라구요. 첫날은 엄마가 기적처럼 살아돌아오기만을 간절히 기도했어요. 다음날엔 시신이라도 찾게 해달라고 애원했죠."

 사고 다음날 낮 12시, 백씨는 일곱번째 시신으로 수습됐다.

 "엄마가 평소 안경을 쓰시는데 안경도 그대로 쓰고 계셨어요."

 참사에 대해선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인재(人災), 관재(官災) 지적에 동의했다.

 "당시 신고도 있었고 감리단장 연락도 있었고 홍수위험 전파도 있었고 막을 수 있는 사고였어요. 국가는 국민을 지킬 의무가 있는데 못 지켰어요. 희생자들을 죽음으로 내몰은 것으로밖에 생각이 안돼요."

오송참사유족협의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최은경 씨가 27일 중부매일과의 인터뷰에서 참사로 숨진 어머니 이야기를 하던 중 울먹이고 있다.
오송참사유족협의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최은경 씨가 27일 중부매일과의 인터뷰에서 참사로 숨진 어머니 이야기를 하던 중 울먹이고 있다.

  참사에 대한 대비와 대응의 부실함도 지적했다. 사고 당일 밤 11시께 오송파출소에 갔을 때다.

 "엄마의 핸드폰 위치추적 결과 궁평2지하차도가 마지막 장소여서 오송파출소에 실종신고를 하러 갔는데 경찰들이 치킨을 시켜서 먹고 있더라구요. 우리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인데. 한 분이 "여기 와서 이렇게 해도 소용 없다"며 귀찮아하는 듯해 화가 나더라구요."

 충북도청에 마련된 오송참사 합동분향소 현수막 문구가 '참사 희생자'가 아닌 '사고 사망자'로 제작된 점, 분향소 한달여 연장 요청에도 충북도가 받아들이지 않는 점 등 모두 상처가 돼 가슴에 박힌다고 하소연했다.

 "합동분향소도 저희가 요구해서 설치됐는데 연장 요구는 안 받아주고 참사 흔적을 빨리 지우려는 것 같아요. 우리에겐 '관심'은 없고 '상처'만 줍니다."

지난 7월15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로 숨진 故 백모(72)씨가 칠순 생일날 꽃다발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고인의 영정사진으로 쓰였다. / 유족측 제공
지난 7월15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로 숨진 故 백모(72)씨가 칠순 생일날 꽃다발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고인의 영정사진으로 쓰였다. / 유족측 제공

  최씨의 어머니 백씨는 오송 아파트 청소일을 위해 출근길에 나섰다가 참변을 당했다. 출근한지 한달 되는 날이었다. 고인은 20여년 전 남편과 사별해 딸 둘을 홀로 키웠다. 생계를 위해 공장일, 청소일 등 열심히 살았다.

 "엄마는 평생 고생만 하며 사셨어요. 알뜰하고 한없이 사랑을 베푸는 분이셨어요. 자식들에게 짐 되기 싫다며, 아프더라도 병원비는 본인이 낼거라고 하셨었어요. 친구분들이랑 오송쪽 아파트 청소일을 즐겁게 다니셨는데."

 두 딸은 엄마 집 가까이에 살면서 챙겼다. 한달에도 서너번씩 만나고 전화통화도 매일 했다. 음식도 나눠 먹으며 가족애를 나눴다.

오송참사유족 대표 최은경씨가 고인이 된 어머니와 생전에 주고 받았던 카톡. 부침개 해놨으니 집에 오라는 내용이다. / 유족측 제공
오송참사유족 대표 최은경씨가 고인이 된 어머니와 생전에 주고 받았던 카톡. 부침개 해놨으니 집에 오라는 내용이다. / 유족측 제공

  "엄청 건강하셨어요. 매일 운동 나가서 걷고. 그런데 갑자기 돌아가시게 해서, 못 지켜드려서 진짜 미안해요."

 엄마에게 전하고 싶은 마지막 말을 해달라는 질문에는 한참을 울먹였다.

 "엄마, 바르게 잘 키워줘서 고마워. 우리한테 충분히 할 만큼 했어. 이제는 힘든 일 하지 말고 따듯한 곳에서 쉬면 좋겠어. 많이많이 사랑해요."

 엄마의 예상답변으로는 "미안해"를 언급했다.

 "은경아, 미안해. 엄마가 네가 일하지 말라고 했을 때 말을 들을 걸 그랬어. 너희들이 계속 슬퍼하면 엄마도 힘드니까 행복하게 사는 모습 보여줘. 너무 걱정하지마."

오송참사유족협의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최은경 씨가 27일 중부매일과의 인터뷰에서 참사로 숨진 어머니 이야기를 하던 중 울먹이고 있다.
오송참사유족협의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최은경 씨가 27일 중부매일과의 인터뷰에서 참사로 숨진 어머니 이야기를 하던 중 울먹이고 있다.

 갑작스럽게 닥친 큰 슬픔에 최씨는 하루에도 몇번씩 무너진다. 그래도 지금 가까스로 버티게 하는 힘은 가족과 유족.

 "가족한테 위로를 받아요. 같이 엉엉 울기도 하고.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유족들도 큰 힘이 됩니다."

 슬픔에 차있는 유족들에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고 했다.

 "막을 수 있었던 참사였고 그래서 엄마는 희생자가 맞고, 원인규명이 돼서 책임자는 벌을 받을 것이라고. 이 악 물고 지금의 이 슬픔을 이겨내자고. 그리고 희생들을 애도하고 유족들을 위로해주는 이들이 많으니까 힘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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