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임옥희 괴산읍 이탄리 이장

2023년 여름장마가 너무 길다.

결국 지난 14일부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하더니 15일 새벽 4시쯤 철야 근무 중이던 읍사무소에서 침수위험이 있어 대피를 해야한다는 전화가 왔다. 깜깜한 새벽 밖을 나가보니 생각했던 것 보다 상황이 급박함을 느끼고 저지대 주민들에게 대피하라는 전화를 급하게 돌니고 나니, 앞집 아주머니가 거동이 불편해 대피가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주위에 도움을 청할 곳도 마땅치 않아 직접 아주머니를 부축해 내 차에 태우다 보니 시간이 많이 지체 되었다.

아직 어둠이 깔린 새벽이었지만 희미하게 나마 날이 밝아 오고 있었다. 노인정으로 대피하는 길에 이탄교는 이미 강물이 넘쳐 흘러 쓰레기들이 떠내려 가고 있었고 길까지 물이 쏟아지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고립될 위기에서 가까스로 길을 탈출해 노인정에 도착한 이영순 아주머니와 나는 안도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노인정에는 이미 대피하신 저지대 분들의 차와 농기계로 가득차 있었고, 마을안길까지 차오르는 물을 보며, 이런 대홍수는 43년만이라는 마을어르신의 말씀을 들을 수 있었다. 읍사무소의 빠른 대처로 다행히 이탄 마을은 인명피해 하나 없이 모두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었지만 완전히 강으로 변해버린 마을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하루를 경로당에서 보내고 물이 어느정도 빠진 다음날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마을로 내려와 가족들이 모여 집안에 있는 물을 퍼내고 쌓여있는 쓰레기를 치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몸도 마음도 너무 지쳐 복구에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을 때 도움의 손길이 쏟아 졌다.

가족들 뿐 아니라, 친구, 친지들, 남교회 성도들, 적십자 단체, 농협 봉사대, 군부대 장병 등 일일이 다 거론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자원봉사를 해 주고 있어 차츰 마을이 정리되어 가고 있다. 뿐만아니라 읍장님과 부읍장님도 동분서주하며 힘써주시고, 읍사무소와 군청 직원들도 진심으로 도움을 주셔서 많은 힘이 되고 있다.

지역사회단체에서는 힘내라고 구호물품까지 마을 주민들에게 제공해 주고 있어 너무 감사한 마음이다.

임옥희 괴산읍 이탄리 이장
임옥희 괴산읍 이탄리 이장

특히, 송인헌 군수님은 폭우가 시작될 때부터 군민들을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해 인명피해를 최소화 해 주시고 이후 복구에 온 마음을 다하셔서 괴산군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가 되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시는 분들 덕분에 피해가 많이 났어도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가 이렇게 서로 협력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다시한번 지면을 통해 모든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키워드

#기고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