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송 지하차도 참사 관련 자료사진. /중부매일DB 
오송 지하차도 참사 관련 자료사진. /중부매일DB 

장마가 끝나자 불청객인 폭염이 찾아왔다.기상청은 제주도와 남부지방은 25일, 중부지방은 26일 장마가 종료됐다고 공식 발표했다.필리핀에 18만여 명의 이재민 피해를 낸 5호 태풍 독수리는 이날 현재 중국 남부로 북진해 한반도에는 직접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폭염 첫 날인 26일 낮 최고 기온이 35도를 웃돌아 전국을 뜨겁게 달궜다.8월 말까지 약 한 달간 예상을 뛰어넘는 역대급 폭염이 전망돼 열사병과 축사 피해 등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올해 장마는 전국에서 동시에 시작됐다.지난달 25일 시작해 이달 26일까지 한 달간 쏟아부은 비는 전국 평균 641mm로 집계됐다.지난 2006년 704mm, 2020년 701mm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비를 뿌렸다.강수 일수 대비 강수량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극한 호우'라는 생소한 용어까지 등장했다.극한 호우는 1시간 누적 강수량 50mm, 3시간 누적 강수량 90mm 이상이 동시에 관측되는 상황을 이른다.1시간 누적 강수량이 매우 강한 비 기준인 시간당 30mm의 2배 이상인 72mm를 넘어도 예보된다.하수도 역류나 지하 주차장 등 건물 침수가 예상돼 즉시 대피해야 한다.지난 7월 11일 수도권에서 처음 극한 호우가 관측돼 기상청이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이번 집중 호우로 47명이 사망했다.지난 2011년 서울 우면산 산사태 등으로 78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이후 12년 만에 최대 피해가 발생했다.충북에서는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가 미호강 임시제방이 무너지면서 범람한 강물에 침수돼 14명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다.

인명 피해가 발생해야만 대책을 세우는 뒷북 행정은 더 이상 안 된다.국무조정실이 두 달 전 이상 기후로 인한 호우 피해를 예상하고도 종합 대응 방안을 세우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5월 3일 특위 회의에서 기후 위기로 인한 재난·재해 대응 역량에 대해 질문 세례를 받았다. 이 자리에는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기습 폭우로 유럽에서 200명 이상이 사망했다.여러 상황을 볼 때 한국도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이에 국무조정실 박수연 1차장은 "가까운 시일 내에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 기후 변화 등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 정부가 하나의 대책을 완벽하게 했다고 자신은 못 한다"고 답변했다.

자연재난은 예측이 쉽지 않아 다 막을 수는 없다.하지만 오송지하차도 참사는 미호강 임시 제방만 규정대로 쌓았으면 예방할 수 있는 어처구니없는 사고였다.정부는 기상 이변에 따른 돌발 피해를 예상하고도 허술하게 대응해 일어난 오송지하차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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