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상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충북 문화예술의 산증인인 벽서 오세탁(1930~2017) 선생이 지난 2017년 7월 2일 향년 87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지난 2023년 7월 2일이 벽서 선생 타계 6주년이 되는 뜻 깊은 날이었지만, 의외로 아무런 대외적인 기념행사 없이 조용히 넘어간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고인은 1930년 5월 16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55번지에서 출생했다. 고향은 한운사(1923~2009) 문학관이 위치해 있는 충북 괴산군 청안면 읍내리 518번지다. 서울 재동초등학교, 중앙중학교, 중앙고보,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단국대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앙중학 재학 시에는 현재도 왕성한 활동을 하시는 김형석(1920) 연세대 명예교수님의 지도하에 시를 쓰며 학교 교지를 편집하는 문학 소년이었다. 6·25 와중에 고향에 내려와 중·고교 교사, 충북도 법무관·사회과장, 충북대 초대 법대학장, 충북문인협회 초대 회장, 충북예총 회장, 충북문화인협회 상임위원 등을 역임했다.

1962년 2월 한국문인협회 충북지부 겸 충북문인협회를 창립했고 1974년 '충북문학' 창간호를 발간했다. 한편 고인은 10여 년 동안 충북예술제의 전반적인 연출을 담당했다. 특히 1976년엔 9대 충북예총 회장으로 취임, 충북미술대전을 창설하는 등 충북지역 예술문화 활성화에 힘을 쏟아왔다. 문학에 대한 열정이 많아'월간문학'·'충북문학'등에 꾸준히 문학작품을 발표해 왔다.

저서로는 '오늘의 정좌표(1972년)', '무심천에 뜬 구름(1990년)','더듬거리는 세월(문예촌, 2006년)' 등 시집 4권, 문집인 '문화재를 향유한다(책만드는집, 1999년)', '문화재보호법원론(주류성, 2005)' 등 전공서적 5권이 있다.1982년 충북예술상을 수상했고, 2007년에는 한국예총으로부터 21회 예총 예술문화상 대상을 받았다.

2017년 3월 11일에는 그의 시를 기념하는 시비 '무심천, 그 소박한 바람' 제막식이 청주시 미원면 미동산수목원 문학동산에서 열리기도 했다.

이끼를 빚어 견뎌야 하는/겨레의 명운을 닮아/얼움 풀린 물밑으로 구름이 간다/하늘 젖던 선인의 숨결/즈믄 해 달래며/수북하게 쏟아낼 장엄한 망각이여/상잔의 웅어리 묻어 여기개/다듬어서 겨느린 제방/굽이마다 풀어야할 사연이 감도는데/애틋한 물줄기 자갈에 물려 이어지듯/진득한 분장에 허적인 세월에도/무심히 거슬려 예던 소박한 바람<무심천, 그 소박한 바람 전문>

일찍 부친을 여의고 청안의 유지인 조부의 깊은 사랑을 받은 고인은 참으로 다재다능하시고 다정다감하신 분이셨다. 충북대에 근무할 때에는 신문사 주간과 초대 법대학장을 역임하시면서 행정법과 법철학을 강의했는데 시가 낭독돼 감상에 젖기도 하는 낭만적인 강의를 했다고 한다. 고인은 법을 가르치면서도 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아 문화재보호법연구를 해 선구적이고 독보적인 업적을 남겼다.

신상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국학박사·시인·문학평론가
 신상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묘소는 충북 증평군 도안면 도당리 181-10에 위치해 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정애 여사와 1남 2녀가 있다.

필자는 충북 괴산군 청천 출생의 시인(문학평론가)으로서 고인이 일평생 내 고향 충북의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헌신하여 크게 공헌한 업적을 높이 평가하고 기리며 진심으로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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