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송지하차도 참사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건설업체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모습.  /연합뉴스
오송지하차도 참사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건설업체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모습.  /연합뉴스

14명의 희생자를 낸 오송지하차도 참사 원인이 하나 둘 세상 밖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수십 번에 달하는 신고전화에 경찰도, 소방도 이렇다할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미호천 범람의 원인을 제공한 공사장에서도 사전조치는 물론, 현장 대응시스템조차 가동하지 못했다. 상황일지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민들에게 터져 나온 탄식은 "국가는 없었다"는 말로 요약된다.

크고 작은 사고가 있을 때마다 앵무새처럼 외쳤던 철저한 사고원인 규명과 대책은 또 다시 도돌이표 메아리로 남았다.

그 누구 하나 본인의 책임이라는 사람조차 없었다, 고개는 숙였지만 그에 상응한 조치나 결단은 찾아보기 힘들다.

사법처리의 차원을 넘어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는 지자체 장들은 속내는 알 수 없다. 현행 법률상 선출직이기 때문에 인사권자가 조치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스스로 책임을 지겠다고 사퇴하는 지도자도 없다.

국무총리가 대통령실에 해임을 건의한 행복도시건설청장의 거취가 분수령이다.

정무직 공무원으로 차관급인 행복청장의 임면권은 대통령에 있다. 행정부의 수반이자 임면권자인 대통령실이 어느 선까지 문책성 인사를 단행할 지 주목되는 가운데 윤 대통령의 휴가 소식이 들려온다. 일각에서는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만큼 수사 결과를 지켜본 후 기소여부에 따라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임명된 이상래 청장은 첫 정당인 출신이다. 12대 행복청장까지는 국토부 출신이 대부분 맡았고 행안부 출신도 2명 등 행정관료가 대부분이었다. 2030년을 목표로 한시적 기구로 탄생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세종을 중심으로 대전과 충북, 충남 등 광역권 도로망 구축 등 행정도시 완성을 목표로 관련사업을 총괄·조정하고 개발 계획 수립과 변경뿐만 아니라 실시 계획의 승인까지 맡고 있는 중요 부서다.

공교롭게도 서울대 법학과 82학번인 이 청장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동기다. 지난 국민의힘 대선 경선 때는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정책 분야의 주요업무를 맡은 인물이기도 하다.

서울~양평간 고속도로 종점 변경에 이어 LH 아파트 지하주차장 철근 사건 등 연일 뉴스의 중심에 선 원 장관과 함께 이 청장은 오송참사의 원인 규명이라는 중차대한 이슈의 중심에 서 있다.

이 청장 외에 충북도 행정부지사, 흥덕경찰서장, 청주시 부시장, 당시 충북소방본부장 직무대리 등 1차적인 문책 대상에 오른 이 청장에 대한 대통령의 고민이 깊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참사가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분명한 책임을 묻는 것만이 헝클어진 공직기강을 세우고 국민앞에 당당한 정부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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