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박상철 경제부 차장

상온 초전도체는 100년 넘게 풀지 못한 난제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한 국내 연구진이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고 주장하면서 전 세계 과학계가 떠들썩하다. 학계뿐만 아니다. 증권가에서도 초전도체 관련 주식이 테마주를 형성하며 주가가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이번 논란은 지난달 22일 국내 민간 연구진인 퀀텀에너지연구소가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공개한 22쪽짜리 논문에서 시작됐다. 연구진은 납과 구리, 인회석을 이용해 'LK-99'라는 새로운 물질을 만들었는데 이 물질이 상온·상압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였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의 불씨를 당겼다.

초전도체는 전기저항이 제로(0) 상태인 물질이다. 전기에너지를 손실 없이 전달할 수 있다. 여기에 자기장을 밀어내 물체가 자석 위에 둥둥 뜨는 '마이스너 효과'도 특징이다. 이 때문에 장거리 송전 및 자기부상열차 등 활용이 무궁무진하다.

현재 초전도체가 산업 곳곳에 활용되고 있다. 문제는 극저온과 초고압에서만 발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상온에서도 가능해진다면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1911년 초전도 현상이 처음 발견된 이래 수많은 과학자가 상온·상압 초전도체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성공만 한다면 노벨상은 따 놓은 당상이란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사실 이번 상온 초전도체 개발 소식은 여러 번 있었다. 고온 초전도체 발견 이후 학계에서는 상온 초전도체 개발에 성공했다는 연구 결과가 수차례 발표됐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검증에 실패했다.

이번 상온 초전도체에 대해서도 학계는 회의적이다. 국내 초전도체 전문가들로 구성된 한국초전도저온학회는 공개된 논문·영상만 봤을 때 LK-99를 상온 초전도체라고 입증하기엔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샘플을 통한 실제 검증은 더 필요하다고 단서를 달았다.

미 에너지부 산하 로런스버클리 국립연구소도 역시도 "LK-99에서 초전도체 특성이 감지됐다"고 발표하기도 했지만 "초전도체가 아니다"라는 외국 연구기관이 아직까진 다수다.

증시에선 상온 초전도 개발 소식에 관련주 주가는 요동쳤다. 급등한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특히 관련주로 분류된 덕성은 초전도체 연구 이력이 있을 뿐 원래 합성피혁 제조가 주력 사업이다. 신성델타테크와 파워로직스는 퀀텀에너지연구소 투자사 지분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급등했다. 투자에 더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박상철 경제부 기자
박상철 경제부 차장

LK-99는 진정한 상온 초전도체일지 아니면 신기루에 불과할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설령 논문이 사실이라고 해도 상용화는 별개 얘기다. 여전히 과학계에서는 아직 검증단계에 있는 만큼 개발 성공 여부를 따지기에는 아직 이르다. 실체가 불분명한 만큼 단순 입소문만 믿고 덜컥 투자하는 '묻지마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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