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지편찬위 주관 충북 독립운동사 학술토론회

9일 충북도지편찬위원회 주관으로 충북독립운동사를 공유하는 학술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종합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형목 선인역사문화연구소 연구위원, 김건실 독립기념관 연구원, 박걸순 충북대학교 사학과 교수, 조범래 국가보훈부 연구원, 강신욱 뉴시스 충북본부 부장, 전병철 충북교육청 장학사.
9일 충북도지편찬위원회 주관으로 충북독립운동사를 공유하는 학술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종합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형목 선인역사문화연구소 연구위원, 김건실 독립기념관 연구원, 박걸순 충북대학교 사학과 교수, 조범래 국가보훈부 연구원, 강신욱 뉴시스 충북본부 부장, 전병철 충북교육청 장학사.

 

편집자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것은 역사의 교훈을 믿기 때문이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역사로서 가치를 상실한 것과 같다. 지난 9일 충북도지편찬위원회 주관으로 충북독립운동사를 공유하는 학술토론회가 개최됐다. 좌장을 맡은 박걸순 충북대학교 사학과 교수는 제78주년 광복절을 맞아 충북 독립투쟁 역사를 통해 지역민들이 동질감과 애향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은 '충북 애국계몽운동과 1910년대 독립운동'을 주제로 3개 발제와 각계 인사 종합 토론이 마련됐다.

 

한민족이 하나됨을 위한 국채보상운동

9일 충북도지편찬위원회 주관으로 충북독립운동사를 공유하는 학술토론회에서 김형목 선인역사문화연구소 이사가 충북 국채보상운동 의의를 설명하고 있다.
9일 충북도지편찬위원회 주관으로 충북독립운동사를 공유하는 학술토론회에서 김형목 선인역사문화연구소 이사가 충북 국채보상운동 의의를 설명하고 있다.

김형목 선인역사문화연구소 이사는 '빈익빈부익부' 신자유주의 체제하에 지구촌이 신음하고 있다며 공유를 통한 '나눔과 책임'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는 "민주시민은 권리 이전에 사회적인 책무를 공감할 때 더불어 사는 밝은 미래가 보장된다"며 "이러한 정신이 깃든 것이 바로 국채보상운동"이라고 말했다.

일제 경제적인 예속에서 벗어나 자립경제를 통한 자주적인 국민국가 수립은 당시 큰 현안이었다. 일본이 대한제국에게 제공한 1천300만원 차관을 갚으려던 국채보상운동은 국권회복을 보장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한민족이 혼연일체가 된 대한제국기를 대표하는 운동이 됐다.

김 이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충북은 국채보상소 조직과 의연금 모집에 적극적이었다. 충북은 국채보상을 인민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사항'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 이사는 "도내 최초로 국채보상회를 조직한 곳은 옥천군으로 21명 인원이 앞장섰고 특히 일본인 교사 참여로 이어지는 등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뒤이어 영동군, 진천군 등도 본격적인 모금에 돌입했다"며 "충북에서 가장 많이 국채보상운동에 참여한 지역은 단양군으로 2천500여 명이 동참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그는 "도내 외국인 선교사와 감옥에 수감된 죄수들, 백정, 군인들까지 합세해 충북지역 국채보상운동은 '모범 사례'로 전국적인 이목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 이사는 "충북지역 국채보상운동은 시대변화에 부응한 가치관 창출로 이어졌고 국권회복운동을 견인하는 밑거름으로 작용했다"며 "이후 국민들이 스스로 자기존재성과 자기정체성을 발견해 경기도와 충청남·북도 흥학을 목적으로 한 대한제국기 계몽단체 '기호흥학회(畿湖興學會)'가 설립됐다"며 국채보상운동 재조명을 촉구했다.

 

독립운동가가 세운 충북 근대 문중학교

9일 충북도지편찬위원회 주관으로 충북독립운동사를 공유하는 학술토론회에서 박걸순 충북대학교 사학과 교수가 16명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청주 대표 문중 고령신씨 가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9일 충북도지편찬위원회 주관으로 충북독립운동사를 공유하는 학술토론회에서 박걸순 충북대학교 사학과 교수가 16명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청주 대표 문중 고령신씨 가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권회복운동은 위정척사사상에 바탕을 둔 의병중심 무력투쟁과 개화사상에 바탕을 둔 신교육운동 두 계열로 전개됐다.

박걸순 충북대학교 사학과 교수는 "충북 근대교육운동은 전·현직 지방관리나 교사·개신 유학자들과 더불어 문중을 단위로 하는 이른바 '문중학교'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청주 일원에 세거해 온 고령신씨는 산동신씨라 불리며 2023년 현재 16명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청주 대표적 문중으로서 항일투쟁 선봉에 섰다"며 "우리가 대표적으로 알고 있는 신규식, 신채호, 신백우는 산동신씨 가운데에서도 특별히 영민해 '산동삼재'라고 불린 대표적 인물이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들은 혈연적 연고를 배경으로 함께 독립운동을 도모하며 향리에서 문중학교를 세워 문중 자제는 물론 인근 지역 청년들 교육에서 힘썼다. 고령신씨 문중학교는 문동학교(1901)·덕남사숙(1903)·산동학당(1904)이 있다.

다만 그는 "을사늑약 이전 자그마한 시골 문중마을에 3개 학교가 3년 이내에 연속해서 설립됐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박 교수는 "국외독립운동기지 건설과 관련해 기존 이회영 선생 일가에서만 모든 자금을 지원했다는 것이 정설이었으나 진천 출신 이상설의 자금 제공도 일정 부분이 있었다는 새로운 사실을 밝혀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이상설은 진천군에서 상위 18위에 해당하는 지주였다"며 "현 시가로 환산해 보면 80~100억을 상회하는 거액을 독립운동을 위해 군자금으로 활용했다"고 근거를 들었다.

또 박 교수는 "문헌자료를 바탕으로 대한제국 정예병이던 신팔균이 일제에 의한 군대 강제 해산으로 퇴역하고 낙향해 보명학교(현 진천군 이월초등학교)를 설립했다는 기존 주장에서 당초 평산신씨 문중 사립학교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술국치와 자결·순국 투쟁

9일 충북도지편찬위원회 주관으로 충북독립운동사를 공유하는 학술토론회에서 김건실 독립기념관 연구원이 자정순국한 충북 순국열사들을 설명하고 있다.
9일 충북도지편찬위원회 주관으로 충북독립운동사를 공유하는 학술토론회에서 김건실 독립기념관 연구원이 자정순국한 충북 순국열사들을 설명하고 있다.

김건실 독립기념관 연구원은 "을사늑약 이후 일제강점기 동안 순국한 지사는 약 102인에 이른다"며 "이들이 순절하기 전 남긴 절명시·유언 등에는 도맥(道脈)을 끊고 나라를 망하게 한 일제를 향한 분노가 가득했다. 수치스럽게 일제 신민으로 살아갈 수 없다며 자결을 택한 이들의 의열 정신은 일제식민통치를 극복하고자 하는 자주독립 원동력이 됐다"고 운을 띄웠다.

김 연구원은 "충북 출신 최초 자정 순국자는 의병장 김용목이다. 음성출신 유학자 김용목은 을사늑약에 분개해 경기도를 무대로 일제해 항전해 활약했지만 1909년 4월 체포돼 감옥에 수감됐다"며 "이후 단식으로 옥중 자결함으로써 강개한 충의를 보였으나 그에 관한 정보가 미미해 독립유공자로 추서되지는 못한 상태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김 연구원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법무총장을 지낸 신규식도 3번에 걸친 자결 시도와 단식으로 순절한 인물이다"며 "헤이그특사로 파견된 진천 출신 이상설도 을사늑약에 분개해 자결을 시도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그는 "충북지역 출신은 물론, 충북 출생이 아니지만 오랫동안 충북에서 활동한 홍범식, 박세화, 안숙, 조장하, 이(생원), 이근석, 송병순, 이승칠, 김제환, 김정환 등 총 12명이 경술국치를 전후한 시기부터 자정 순국했다"며 "독립운동사에서 자결순국은 다른 투쟁과 비견할 수 없을 정도로 값진 희생으로 평가된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자결'은 자신의 죽음으로 '정의'를 타인에게 전파하고자 하는 강력하고 절박한 소통방식으로 '순국열사'라고 불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고 언급했다.

특히 김 연구원은 "충북은 주자성리학의 성지이자 유학자들의 본향으로 충의와 절개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발전했다"며 "자정순국한 충북인물들은 대부분 무관의 유학자였다"고 말했다. 이어 "재야 유학자의 자결은 당대에도 무위한 행동이었다"면서 망국에 따른 관직자들의 자결은 나라에 대한 의무를 다한 것이라 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충북독립운동사는 2028년까지 3·1운동, 국외지역 항일투쟁, 사회운동, 항일사적, 독립운동가 열전 등을 주제로 연차별 도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이날 학술토론회에 나온 다양한 의견은 올해 11월 17일 순국선열의 날을 전후해 도서가 나올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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