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김미정 정치행정부장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24명의 사상자를 낸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한 지 꼭 한달이 됐다.

지난달 폭우로 충북은 물에 잠겼고, 지역사회는 슬픔에 잠겼다. 한달이 지났지만 그 피해와 슬픔, 충격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오송 참사 책임을 물어 김영환 충북지사, 이범석 청주시장, 이상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등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중이다.

이와 별개로 유족측은 김 지사와 이 시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청주지검에 고소한 상태다.

김영환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운동도 본격 시작돼 서명에 돌입했다.

이 일련의 일들이 모두 '2023년 7월'에 일어났다는 점에서 참 공교롭다.

7월1일 김영환 지사 취임 1년, 7월15일 14명이 목숨을 잃은 오송 참사, 그리고 검찰 수사와 도청 압수수색, 주민소환 제기까지.

김 지사는 취임 1년을 맞아 '주민소환을 받게 된 첫번째 충북도지사' 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것이다. 취임 1년 성과는 뒷전으로 밀려 공허해졌다.

주민소환은 선출직 공직자가 임기 1년을 지난 시점부터 가능한데 김 지사의 경우 임기 1년이 되자마자 주민소환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 때를 기다렸다는듯이(?) 말이다. 김 지사 입장에선 '설상가상'으로 받아들이고 싶을 것이다.

김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 추진은 오송 참사가 결정적 계기가 됐지만 지난 임기 1년간 친일파 발언, 제천 산불 당시 술자리 참석, '차 없는 도청' 갈등, 잇단 말 실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주민들이 직접 뽑은 공직자에 대해 주민들이 다시 그를 직에서 끌어내리려는 주민소환은 제기 자체만으로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민심이 보내는 엄중한 경고이기 때문이다.

주민소환제는 유권자들이 직접 선출직 공직자들을 해임할 수 있도록 하는 직접민주주의제도 중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정치인에게는 가장 두려운 제도 중 하나다.

최연소 과학기술부장관과 4선 국회의원을 지낸 김 지사도 정치인생에 크나큰 금이 갔다. 중앙정치 무대를 향한 꿈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김영환 충북도지사 주민소환운동본부 준비위원회'(대표 이현웅)도 "주민소환이 오송 참사 책임이 있는 김영환 충북지사를 직접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유일한 법적 제도"라고 추진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역대 주민소환 청구 사례를 보면 성공확률이 높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2007년 법 시행 이후 충청권에서 제기된 주민소환 18건 모두 실패했다. 전국적으로도 125건이 청구됐지만 성공한 건 단 2건, 1.6%에 불과했다.

김 지사의 주민소환 역시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다. 오는 12월12일까지 120일동안 도내 유권자의 10%인 13만5천438명의 서명을 받아야 하는 일부터 만만치 않다. 서명에 성공해 투표가 발의돼도 유권자의 3분의 1이상 투표와 과반 이상 찬성이 나와야 직을 박탈할 수 있다. 이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2023년 7월'이 김영환 지사에게는 '악몽같은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인생에서 도려내고 싶은 시간일 것이다.

김미정 정치행정부장
김미정 정치행정부장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악몽의 시간을, 14명이 희생당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165만 도민들이 함께한 슬픔을, 주민소환의 외침을.

기억하고 또 기억해야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아픈만큼 성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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