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현장 블랙박스 공개… 트라우마·생업 포기

오송지하차도 참사 생존자협의회가 16일 충북도청 브리핑룸에 기자회견을 열고
오송지하차도 참사 생존자협의회가 16일 충북도청 브리핑룸에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시민재해처벌법을 적용해 책임자를 엄벌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윤재원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사고 이후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하고 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생존자 중 1명은 사고 이후 바뀐 삶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불안감과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시작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비가 쏟아지는 날에는 외출도 꺼려진다. 그날의 기억은 참사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생존자들에게 공포로 남아있다.

16일 구성된 오송 지하차도 참사 생존자협의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7월 15일 참사 당일 터널 내부 차량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을 공개했다. 이날 오전 8시 34분부터 52분까지 17분간 촬영된 영상이다.


8시 34분 승용차를 몰고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를 진입하던 차량은 반대편에서 쏟아지는 강물과 마주한다. 고작 3분이 지난 사이 지하차도에는 바퀴 위까지 물이 차올랐고, 앞서 달리던 SUV차량은 더 이상 주행할 수 없었다. 또 다른 영상에는 인명피해가 발생한 747버스 모습이 담겼다. 쏟아지는 강물에 버스는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트럭이 버스가 밀리는 것을 막기 위해 뒤를 받치기도 했다. 영상 후반부에는 이미 허리 위까지 물이 찬 터널 내에서 필사의 탈출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공개됐다. 탈출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를 의지한 채 어렵게 터널을 빠져나왔다. 이중 몇몇은 탈출에 실패했다. 이러한 모습은 생존자들의 기억에 고스란히 남았다.

오송지하차도 참사 생존자협의회가 16일 충북도청 브리핑룸에 기자회견을 열고
오송지하차도 참사 생존자협의회가 16일 충북도청 브리핑룸에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시민재해처벌법을 적용해 책임자를 엄벌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윤재원

생존자협의회는 영상이 공개되는 동안 기자회견장에 들어오지 않았다. 당시 영상을 다시 보는 것도 불가능할 정도로 트라우마 증상을 보인 탓이다.

생존자들은 사고 이후 정부·지자체로부터 받은 지원은 '정신적인 치료(100만원 한도 내)'가 전부라며 지원 확대를 요구했다.

한 생존자는 "국가재난지원금 신청 절차도 제대로 안내되지 않았고, 청주가 아닌 지역에 사는 생존자는 연락조차 받지 못했다"며 "사고 이후 직장을 잃거나 생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이 많은 만큼 체계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비업을 한다는 한 남성은 "작업공구가 물에 잠겨 쓸 수 없게 돼 일을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의 생계를 걱정했다. 직장인 남성은 "생존자 모두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사고가 났는데, 보험 전소처리도 렌트 특약에 가입돼 있지 않으면 불가하다"며 "금전적 손실이 커 출퇴근에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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