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서희 세종취재본부

충청지역에 쏟아진 역대급 폭우로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이다.

사고 발생 직후 미호강 임시제방 등 총체적 부실 대응이 낳은 관재라는 지적 속에 참사의 빌미를 제공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충북도, 청주시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달 24일 검찰에서 각 기관과 단체를 압수수색 했다. 검찰의 행복청에 대한 압수수색은 24일부터 3일동안 이어지는 등 고강도로 진행됐다.

같으날 국무조정실은 관련자들의 직무유기 혐의를 발견하고 대검에 추가 수사를 의뢰했다.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31일 주례회동 당시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상래 행복청장(차관급)에 대해 사실상 해임으로 해석되는 인사 조치를 건의했다.

대통령실은 14일 이 청장의 인사 조치와 관련해 "절차에 따라 잘 검토해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조치가 완료된다면 이 청장은 행복청 출범이후 최초로 불명예스럽게 물러나는 행복청장으로 남는다.

참사관련 행복청의 '시민 눈높이 미스매치'가 행복청을 악화일로에 놓이게 한 것은 아닐까.

오송 참사 직후부터 임시 제방에 대한 여러 의혹과 행복청 책임론이 불거졌지만 언론에 허위 보도는 엄정 대응하겠다며 엄포를 놨다.

행복청장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어떠한 공식석상에서 사과나 반성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지역 주민들의 사과 요구에는 침묵으로 대응하고 있다.

최민호 세종시장도 오송 참사와 관련 '미스 매치'는 분명히 있었지만 시민을 위한 행정력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며 '나이스 매치'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미스매치'는 오송 참사에 세종시민의 희생도 있었지만 성대한 조치원복숭아축제강행과 재난지역으로 선정됐고 수해복구가 완료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름휴가를 계획했던 것 등이다.

지적이 이어지자 최 시장은 조치원복숭아 축제는 수해로 힘들어하는 복숭아 농가를 돕는 방향으로 전환, 복숭아 홍보 판매에 집중했고 공군 블랙이글스 에어쇼와 소방차 불대포 시연 등을 취소하는 등 축제를 축소했다.

특히 최 시장은 처음 계획했던 휴가를 한차례 미뤘지만 사실상 여름휴가를 반납했다.

역대급 폭우, 폭염 그리고 제6호 태풍 카눈까지 이어지면서 재난에 대해 긴장하고 있는 시민들 곁에 최 시장이 있었던 것.

신서희 세종취재본부
신서희 세종취재본부

프랑스 모랄리스트(도덕가)인 라 브뤼에르는 "높은 지위는 위인을 더욱 더 훌륭하게 하고, 소인배를 더욱 더 작게 한다"고 했다.

누구나 원하든 원하지 않든 예상하지 못한 상황 속에 놓일 수 있다. 다만 자신의 사회적 지위 등에 따라 풀어나가는 과정과 결과를 보면서 평가는 달라지기 마련이다.

시민 맞춤형 눈높이로 공감할 수 있는 기관·단체장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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