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있는 풍경>

나의 결혼 원정기

젊은 여성들이 농촌 총각과의 결혼을 기피하면서 시골 남자 장가 보내기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이미 많은 노총각들은 원정결혼을 통해 가정을 꾸렸으며 국제결혼 가정 외국인 주부들을 위한 지원 활동도 비교적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 나의 결혼 원정기
그러나 여전히 농촌 총각들에게 결혼은 쉽지 않은 문제다. 코리안 드림을 품고 농촌으로 온 우즈베키스탄,베트남,중국 여성들의 인권현실은 여전히 가시밭길이다.상황이 이쯤되자 경남의 한 자치단체는 농촌 총각의 국제결혼을 돕는 조례까지 만들겠다고 나섰다.
경남 남해군은 지난달 18일 농촌 총각을 대상으로 국제결혼을 주선하고 필요한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는 ‘남해군 농촌총각 행복한 가정 이루기 지원조례’를 제정한다고 밝혔다.

우선 결혼에 대한 사회적 문제를 풀어보려는 노력이 눈길을 끈다.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주여성들의 인권 현실은 보호의 사각지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무관심 속에 놓여 있던 농촌 총각 결혼문제가 조심스럽게 재론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부터다.부산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는 지난해 10월 14일 폐막작으로 ‘나의 결혼원정기’(감독 황병국)를 상영했다.농촌 노총각들의 ‘장가 가기 프로젝트’를 그린 이 휴먼 드라마는 구수하면서도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며 많은 관객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정재영,유준상 그리고 수애라는 배우의 탄탄한 연기력에도 불구하고 극장에서의 흥행은 빛을 보지 못했다.이 영화와 마주한 것은 비디오 테이프 출시 이후.

영화는 때로 가장 선동적이며 이데올로기적이고 또한 대중적이며 상품적일 수 있다.그리고 어떤 매체나 친구보다도 더 진한 위안을 주기도 한다.삶의 고단함을 나누고 인생의 환희와 허망함에 대한 솔직한 대화를 나눌 정도가 되면 이미 당신은 영화를 짝사랑하고 있다는 증거다.영화가 사랑스러워지는 순간,그 찰나를 가져다준 영화가 ‘나의 결혼원정기’다.

서른여덟살의 노총각 만택(정재영)과 동네 친구 희철(유준상)은 우즈베키스탄으로 맞선 여행을 떠난다.극중 ‘라라’(수애)는 결혼정보회사의 통역을 맡고 있는 탈북여성. 홍만택의 짝을 찾아줘야 위조 여권을 받아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다.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 남자 라라에게 호감을 보인다.

어린시절 짝사랑했던 ‘순이’를 떠올리며 ‘18세 순이’를 애창곡으로 부르는 만택.라라의 본명이 ‘순이’인 것은 어눌한 주인공들만큼이나 어설픈 우연으로 영화의 풋풋함을 더해준다.

이 영화는 KBS다큐멘터리 ‘인간극장-노총각 우즈벡 가다’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황병국 감독의 자신이거나 그가 동행했던 결혼원정의 실제 인물들이었다고 한다.

자신보다 어린 장모를 모시게 된 47살의 노총각과 어머니 살아생전 장가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가슴에 한을 품고 산다는 총각 이야기까지 영화의 미덕은 리얼리티에 있다.

감독은 혼기를 넘기고도 장가를 못간 시골노총각들의 결혼원정을 통해 진정한 사랑과 결혼의 의미를 되짚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경북 예천의 구수한 사투리와 수애의 완벽한 러시아어,평양사투리 구사는 영화보는 흥미를 더해준다.우즈베키스탄의 아름다운 모습이 어우러진 영화는 탈북 여성과 농촌 총각의 만남을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영화처럼 농촌총각들이 탈북여성을 만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더구나 우즈베키스탄에서는.그렇다면 감독은 뭘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리얼리티를 앞세운 영화의 중심에는 ‘진정성’이 있다.결혼은 목표일 수 있지만 수단이 될 수는 없다.

만택은 그리고 라라는 혹시 이렇게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필연적 우연은 내 마음속에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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