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백진이 청주시 상당구 세무과 주무관

공무원으로서 근무를 하다 보면 '청렴'이라는 단어를 일상에서 쉽게 마주하게 된다. 매년 진행되는 청렴 교육에 참석하고, 매일 아침 출근을 하면 청렴 관련 팝업이 뜬다.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공익 신고 등은 꼭 알아두어야 하는 내용이지만, 사실 같은 자리에서 반복적인 민원처리를 하다 보면 실천할 기회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다 보니 정작 청렴이 무엇이며 일상생활에서는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또렷이 말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던 중 '수확체증의 법칙'에 대해 쓴 칼럼을 읽고, 청렴의 실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됐다. 일반적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현상은 '수확체감의 법칙'이라는 경제학 용어이다. 수확체감의 법칙이란 자본과 노동 등 생산요소가 한 단위 추가될 때 이로 인해 늘어나는 한계 생산량은 점차 줄어듦을 정의한 법칙이다. 주로 생산물을 산출하는 산업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성장이 정체되는 현상을 설명할 때 쓰인다.

그러나 전통적인 대량투입-대량산출의 메커니즘인 산업 부문 이외에, 소량의 자원에 집약된 첨단 지식을 활용하는 현대의 지식기반 경제에서는 일반적으로 수확체증의 법칙이 통용된다고 한다. 정보산업, 소프트웨어 산업, 문화산업, 서비스산업에서는 생산량이 증가하더라도 추가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전형적인 수확 체증 특성이 보인다. 결국 현대화된 사회에서는 절대적인 투입량이 크게 늘지 않더라도 생산량은 확대될 수 있다는 뜻인데, 그렇다면 조직 구성원 한 사람의 청렴 실천으로 인한 전체적인 공직 문화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년 12월이 되면 국민권익위원회는 공공기관의 청렴도를 측정하여 순의를 발표한다. 그리고 다음해 1월이 되면 비정부기구(NGO)인 국제투명성기구(TI)에서 세계 180개국을 대상으로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 순위를 발표한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CPI는 100점 만점에 62점으로 OECD 37개국 중 22위를 기록했다. 올해 국민권익위는 20위권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매년 발표되는 국가별 CPI와 기업별 국민권익위 청렴도 결과는 결국 국가와 기업이 '청렴'이라는 사회적 자본의 품질을 공시하는 수단이 된다. 그만큼 사회가 청렴한 기업 이미지를 요구하고, 높은 청렴지수는 유효한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백진이 청주시 상당구 세무과 주무관
백진이 청주시 상당구 세무과 주무관

오늘 나의 일상적인 전화 한 통, 인사 한 번, 미소 한 번도 청렴을 시작하는 첫 번째 발걸음이 될 수 있다. 공익 신고를 하거나 금품 수수를 하지 않는 것만이 청렴을 실천하는 방법이 아니고, 직장 내 괴롭힘을 주의하는 것, 성인지 감수성을 염두에 두고 대화하는 것, 더 작게는 회식 자리에서 음주를 강요하지 않는 것 모두가 청렴한 조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기보다는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은 실천을 통해 나아가 국가 경쟁력까지 강화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은 동기부여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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