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당신은 한밤중 두려움이 밀려올 때 연락할만한 사람이 있습니까. 없다면 아마 당신은 지금 상당히 고독한 상태일 것입니다. 외로움은 담배만큼이나 몸에 해롭습니다. 친구에게 만나자고 연락해보세요. 당신의 행복과 건강은 바로 이것에 달려있습니다."

하버드 의대 로버트 월딩어 교수가 그의 책 『좋은 인생(Good Life)』에서 언급한 내용의 일부다. 많은 사람들의 삶을 추적해서 내린 결론으로 다른 요소보다 의지할 사람이 있는 경우 더 만족도 높은 삶을 산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뿐이랴, 한 인문학자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관계가 오래가려면 배터리 이온 스와핑처럼 교류가 활발해야 한다. 스스로 일회용 전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꾸준한 교류가 있어야 하고 그 수명이 오래가려면 항상 새로운 추억을 만들고 한쪽으로만 치우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이온 교환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지는 배터리 스와핑을 기억해야 한다. 배터리가 폭발하면 화재가 발생하듯 관계에서도 버럭 폭발하면 결국 인간관계를 망친다."

같은 맥락에서 필자도 지금까지 관계의 중요성을 역설해왔다. 관계는 매일같이 주어지는 시간처럼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 도공이 도자기를 빚듯 정성스럽게 만들어 가야만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필자가 "관계관리"란 말을 즐겨 쓰는 것도 그런 이유다. 관계는 관리하지 않으면 만들어지지 않는다. 만들어진 관계도 어느 순간 깨지고 만다. 부부간에도 관계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 부부관계는 원만하기가 어렵다. 좋은 관계는 큰 힘이 되지만 관계가 좋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된다. 어느 한쪽에서만 일방적인 관계로 밀고 간다면 불협화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쓰는 '기브 앤드 테이크(Give and Take)'란 말속에는 이런 관계의 의미가 잘 담겨있다. 일방적으로 주는 관계,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는 관계는 건강하지 못하다는 점에서다. 때론 기버(Giver)가 되어야 하고 때론 테이커(Taker)가 되어야 한다. 늘 주기만 하는 사람, 늘 받기만 하는 사람들의 관계는 오래가기가 어렵다.

호사가들은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당연한 말이다. 테이커보다야 기버가 좋지 않겠는가. 그러나 기버가 되었든 테이커가 되었든 그것이 일방적으로 지속되는 것은 건강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행복하다는 사실을 몰라서가 아니다. 소소한 일상에서는 이런 '기브 앤드 테이크'의 원리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자식들을 다 키운 부모들이 '이제 효도 받을 일만 남았다'고 말하는 것도 사실 그런 경우가 아니겠는가.

미즈시마 히로코의 책 『50부터 더 행복해지는 관계의 기술』에서도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에 의하면 모든 세대를 불문하고 좋은 인간관계는 생활의 질을 든든하게 받쳐준다. 힘들 때 의지할 수 있고 누구에게라도 푸념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 수 있다면 삶의 질은 한층 높아질 것이다. 특히 50대들이 안고 있는 복잡한 문제를 보면 십중팔구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란 점을 지적한다.

200만부가 팔린 『하버드대학의 열린 인문학 강의』에서도 저자들은 "제가 하버드대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과목은 인맥 수업이다. 하버드에서는 인맥을 쌓는 것이 공부보다 훨씬 중요하다. 하버드대 출신들은 어디를 가든 쉽게 사람들의 칭찬과 호감을 받는다. 이는 그들이 우수한 명문대학 졸업장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다. 처세의 비법, 바로 타인을 존중하는 자세를 가졌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을 대할 때나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을 대할 때나 그들은 모두 상대를 존중해준다"는 사실들을 소개한다.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모두 관계의 중요성을 여러 면에서 강조하고 있다. 결국 행복은 부나 명예가 아닌 관계관리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강하게 암시하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해 인생을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가 아닌 '지금 내가 주변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느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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