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소담 청주시상당보건소 감염병대응과 주무관

신소담 청주시상당보건소 감염병대응과 주무관
신소담 청주시상당보건소 감염병대응과 주무관

사스, 메르스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 곁에 남아있는 코로나19. 23년 8월 기나긴 터널의 끝을 기다리고 있지만 과연 끝이 있을지 생각이 드는 현실이다. 최근 세계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팬데믹을 초래할 수 있는 치명적인 감염병(Disease X)의 등장에 대비하고 있다. 그중 가장 큰 위협요소로 인수 공통감염병이 지목됐으며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20년간 발생한 신종감염병 중 60%가 인수 공통감염병이라고 밝혔다. 이 중 75%의 감염병은 야생동물로부터 유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수 공통감염병이란 사람-동물 간 전파가 가능한 감염병으로 현재까지 알려진 인수 공통감염병의 종류는 약 250여 종에 이른다. 예컨대 2022년 사스(중동 급성 호흡기 증후군) 바이러스의 경우 박쥐에서 고양이를 거쳐 사람에게 전파됐으며 2015년 중동에서 유행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역시 박쥐에서 중간 매개체인 낙타를 통해 사람에게 감염됐다. 이외 브루셀라병, 조류독감(AI), 탄저병 등이 있다. 주요 감염경로는 동물을 직접 만지거나 동물이 할퀸 상처를 통해 배출된 배설물을 통해 직접 감염되기도 하며 감염된 동물이 살고 있는 지역에 방문했을 때도 에어로졸 전파로 감염이 가능하다. 이종 간 감염이 늘어나면 강력한 변종 바이러스의 등장 확률도 높아진다.

최근 서울의 한 동물보호소에서 폐사한 고양이에게서 고병원성 AI 감염 사례가 확인되었다. 추정되는 감염경로는 유기묘들이 야생에서 생활하던 중 야생조류 또는 분변 등을 접촉했거나 살균되지 않은 사료를 섭취하여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들이 제시되고 있다. 또한 이번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감염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되었지만 감염병 업무를 담당하는 나에게 이번 사례는 인수 공통감염병이 보낸 위험한 경고로 보였다.

최근 감염병 추세를 보면 감염병의 출현 시기가 짧아지고 피해 규모는 커지는 양상이다. 코로나19로 이미 겪었듯 감염병은 이제 우리의 건강뿐만 아니라 막대한 사회·경제적 피해까지 낼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것이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매개체의 개체 수 변화, 반려동물 양육가구의 급증, 야외 활동 증가 등 동물 및 매개체와의 접촉 기회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 외국인의 국내 방문도감염병 발생 위험요인으로 볼 수 있다.

위험이란 흔히 하는 실수가 아니다. 돌이킬 수 없는 것에 대한 예방이다. 자연의 질서를 외면했던 이전과 달리 우리가 살아가는 생태 속에서 더 이상 인간은 우위적인 영역에 위치하지 않는다. 인간, 동물, 환경에 대해 각 영역에 대한 변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균형을 맞춰 감염병을 대비해야 한다. 감염병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전환도 매우 중요하다. 감염병 위기 발생 시에만 집중되는 이슈보다는 일상 속에서 항상 관심을 키우고 이해력을 높인다며 신종감염병의 변화를 마주할 때도 견고히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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