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가 유재홍·화가 이유중 3개월간 호흡

흙과 물과 불이 빚은 무한한 공간인 도자기.여기에 서양화가의 손길이 닿으면 어떤 시공간이 펼쳐질까?

도예가 유재홍(44)과 서양화가 이유중(49)이 ‘산책’이라는 주제로 손을 맞잡았다.

한국공예관은 오는 19일까지 유재홍?이유중 도화(陶畵) 초대전을 갖는다.도자기에 한국적 화풍을 새긴 이색 전시회로,모두 80여점의 다과접시와 액자,항아리를 선보이는 자리다.

청원군 문의면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은 지난해 12월 호흡을 맞춘 이래 꼬박 3개월 동안 같은 꿈을 꾸었다.‘산책’하듯 도자기를 굽고 그림을 그렸다는 이들.표현방법은 달랐지만 ‘100을 의도해 100을 모두 얻었다’고 만족해한다.

이번 전시는 8년 여간 오브제 형태의 도조(도자기 조각) 작업을 해온 유 씨가 자신의 도자기에 회화적 표현을 시도하며 시작됐다.유씨는 왜 서양화가 이유중을 선택했을까?

“투박하면서도 자연스러운 그릇에 단조로운 문양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지극히 회화적인 표현을 원했고 그것이 자연물이길 바랐는데,평소 ‘소’를 그리고 크로키에 능숙한 형이라면 내 의도를 잘 표현해 줄 수 있겠다 싶었던 거죠.”

두 사람 모두에게 이번 작업이 실험이기는 마찬가지였다.그러나 작업에 대한 만족도는 아주 높아보였다.이유중씨 말이다.

“작가에게는 작품 모티브를 찾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거든요.이번 작업을 통해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도자기가 캔버스고 화판이었기 때문에 안료의 농도에 따라,또 불의 온도에 따라 작품이 얼마나 다양해질 수 있는지 알았죠.”

이씨는 80여점의 도자기에 그려 넣은 그림이 가마에서 나오면 스스로 놀란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라고 고백한다.산화철과 코발트 안료를 사용한 표현에서 그는 새로운 작업 모티브를 찾았다.안료의 농도를 맞추는 것이 가장 어려웠지만 예상외의 효과를 봤다는 것.작품을 그리는 시간은 불과 1분도 걸리지 않았지만 그 일분을 위해 수많은 생각을 정리해야 했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가 끝나면 도자기 그림을 유화로 옮기는 작업을 구상중이다.

예술과 실용,도자기와 회화,투박함과 세련미가 결합된 작품의 주제는 ‘산책’이다. 문의에서 산책하듯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의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다.

유씨는 청원 문의에서 무늬공방을 운영하며 오브제 형태의 도자기 작업을 해왔고 이씨 역시 문의에서 오랫동안 작업 활동을 하며 주로 소를 그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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