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권오중 시인·가수

달랏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알지 못하고 그냥 더운 곳이라 생각하고 여행을 떠났다. 7월 30일 오전 10시쯤 청주공항을 출발하였다. 비행기 창을 통해 밖을 보았다. 비행기 아래 낮게 깔린 구름 사이로 푸른 바다가 보이고 육지가 아스라이 보인다. 고공(高空)에는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있다. 문득 안개처럼 구름이 시야를 가린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오리무중 속이다.

비행기에서 기내식이 제공되지 않아 배가 고팠고, 또한 기내에 담요가 없어 추웠다. 오후 3시쯤 달랏 공항에 도착하였다. 우기라 비가 내려 바로 호텔로 향하였다. 호텔에서의 첫날밤이다. 호텔은 난방이 안 되어 썰렁했다. 비치된 잠옷을 입고 침대에 누웠으나 종아리와 발이 추워 잠이 오지 않았다. 궁리 끝에 양말을 신었다. 몸이 따뜻해져 겨우 잠에 들었다. 발이 따뜻해야 몸이 따뜻해진다는 것을 절감했다. '머리는 차게, 발은 따뜻하게'라는 말의 의미를 깊이 깨달았다.

달랏은 베트남 남부 고원지대에 있어 베트남 다른 지역보다 기온이 낮고 시원하다. 그래서 '구름 위의 정원'이라 불린다. 베트남 사람들도 이곳에 피서를 온다. 또한 프랑스 식민지 시대에는 덥지 않아 휴양도시로 개발되어 프랑스풍의 건축물이 많이 보존되어 있다. 마치 유럽 여행을 온 것 같았다.

7월 31일 레일바이크를 타고 다딴라 폭포로 향했다. 스릴 만점이었다. 베트남은 커피가 유명하다. 그중 사향족제비가 커피 열매를 먹고 나온 배설물에서 원두를 채취하여 볶아서 만든 위즐커피 맛이 독특하였다. 지프차로 물바다가 된 물길을 달려 꾸란 마을로 향했다. 가다가 멈출까 봐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부락에 도착하니 키가 큰 천사의 나팔꽃이 우리를 환영하듯 활짝 피어있었다. 저녁에 호탤로 돌아오니 목감기가 심해 말이 안 나오고 컨디션이 좋지 않아 비행기가 있으면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8월 1일 비오다이 황제의 별장을 방문하고, 죽림사로 향했다. 베트남은 불교 국가라 산에 무덤이 보이지 않았다. Crazy House는 달랏에서 가장 독특하고 기괴한 건축물로, 나무와 돌로 만든 곡선과 홀로 이루어진 복잡한 구조물이다. 아직도 짓고 있다고 한다. 문득 141년째 짓고 있는 스페인의 가우디 성당이 생각났다. 랑비안산 천상의 정원은 안개에 휘둘려 주위가 보이지 않았다.

버스를 타고 가며 차창 밖을 보니 비닐하우스가 지천이다. 우리나라 교수가 보급하여 농사 혁명이 일어났단다. 자수박물관을 방문하였다. 비단실로 한땀 한땀 정교하게 수놓은 작품의 정교함에 감탄하였다. 무려 13억이라는 가격표가 붙어있는 최고가 작품에 놀랐다. 저녁에 쑤언호엉 호수 부근에 있는 달랏 야시장을 구경하였다. 추위를 견디기 어려워 부득이 그곳에서 겨울 잠바를 샀다.

8월2일 여행자 거리를 걷고, 프랑스 식민지 시대에 지어진 고풍스러운 달랏 기차역에 갔다. 잠시 기차를 타고 린푸옥 사원으로 향했다. 달랏의 상징적인 건축물로, 붉은 벽돌로 지어진 3층짜리 탑이다. 부서진 병과 타일, 도자기 조각을 이용하여 만든 걸작품이다.

8월 3일 새벽 1시5분에 출발 예정이었으나 기체 결함으로 기내에 2시간가량 갇혀있다가, 공항 대합실로 나와 날이 새기를 기다렸다. 긴급한 조치로 허름한 호텔에서 머물다 식사 후 공항에 갔다. 13시간 딜레이 되었다. 오후 3시 달랏 공항 출발, 청주 공항 10시 15분경 도착, 12시 넘어 집에 돌아왔다. 3박5일 여행이 4박5일 여행이 되었다. 고생 끝에 집에 돌아오니 편히 쉴 곳은 집 내 집뿐이다.

권오중 시인·가수
권오중 시인·가수

가장 무더운 혹서기에 피서는 제대로 하였다. 시차는 우리나라와 2시간 차이가 난다. 달랏은 12월부터 3월까지는 비가 오지 않는 건기이고, 베트남에서 유일하게 벚꽃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이란다.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였던 한국 군인과 베트남 여인의 러브스토리를 가이드에게 듣고 가슴이 먹먹하였다. 그들 사이에 태어난 '라이 따이한'의 애환과 전쟁이 남긴 비극을 절감하였다. 전쟁은 이렇게 많은 후유증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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