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칼럼] 정진섭 충북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방사광가속기란 빛을 발생하는 입자를 가속하는 장치로서, 일련의 큰 현미경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러한 방사광가속기의 설치로 인한 그 인근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엄청나다. 예비 타당성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청주 방사광가속기로 인한 생산유발효과는 3조 7,천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는 1조 7,400억원, 고용유발효과는 2만 1,500여명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경제적 효과가 큰 방사광가속기의 유치를 위해 강원, 충북, 경북, 전남이 치열하게 경쟁한 결과, 2020년 5월 충북 오창으로 최종 결정되었다. 우리 충북으로서는 첨단기술의 발전 및 경제도약을 위한 하나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해서 다양한 산업에서 큰 성과가 나타날 뿐 아니라, 지역경제 발전에 큰 기여가 되리라 예상되기 때문이다. 방사광가속기를 구축하여 성공적인 클러스터가 탄생된 해외의 사례는 다음과 같다.

일본 아이치현 토요타시의 경우, 토요타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산·학·연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성공적인 대형 협력 생태계를 구축했다. 방사광가속기의 활용이 큰 힘이 되어 세계 최초 하이브리드 자동차(HEV, Hybrid Electric Vehicle) 출시, 자동차·항공기 산업 등 제조품 출하액 기준 41년 연속 일본 1위 지역이 되었다. 대만의 신주과학산업단지는 정부의 명확한 클러스터 전략을 통해 국내외 자원 및 인력 유입, 혁신생태계 구축 등을 진행하면서 신속하게 아시아의 대표적 One-Stop 지원체계 국제클러스터로 성장하였다. 이곳에서도 대만 국립 싱크로트론방사 연구센터, 공업기술연구원(NARLabs), 국립청화대학, TSMC와 같은 산·학·연·관의 긴밀한 연계가 주효했다. 프랑스 그로노블의 경우에는 유럽의 거대과학시설, 연구소, 교육기관 등 8개 기관(유럽 싱크로트론(ESRF), 국립과학원(CNRS) 등)으로 구성된 가속기 관련 Giant 비즈니스 타운 조성이 성공의 핵심이 되었다. 이곳에서는 매년 약 600여개의 특허 등록, 2천년 이후 500개 이상의 스타트업 출범, 매출 약 10억 유로 이상이 발생하며, OpenLab을 통한 스타트업과 주요 연구센터 간 R&D 공유가 주요한 특징이다.

필자는 경영전략의 한 분야인 클러스터를 수 십년 연구하다보니 나름대로 현재까지의 관심과 고찰을 통해 다음과 같은 조건이 갖추어진다면 보다 성공적인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클러스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첫째, 이미 1조 454억원의 사업비가 책정되었으나 보다 충분한 '자금'과 '전문인력' 및 '기술'의 확보가 필요하다. 최첨단의 시설이 구축되었다고 지역이 저절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앞서 고찰한 성공사례와 같이 핵심 요소들의 적절한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둘째, 1조가 넘는 다목적 방사광가속기가 구축되어 가동된다면, 이러한 첨단시설을 활용하는 수요 창출이 특히 중요하다. 방사광가속기와 같은 첨단시설이 활용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과학기술이 더욱 발전하여, 이에 대한 수요가 높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산·학·연·관의 긴밀한 연계 인프라 조성이 필요하다. '기초 연구'도 중요하지만 이를 통해 '사업화'해야 진정한 혁신 클러스터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구축될 오창 방사광가속기의 빔 라인(가속기 입자 빔의 궤적) 10개 중에서 처음 3개를 '기초 연구'보다는 '사업화'에 배정한 것은 타당한 결정이다. 나아가 창업, 원스톱 서비스, 조직간 협력 연계가 활발한 클러스터 인프라도 필요할 것이다.

정진섭 충북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정진섭 충북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넷째, 중장기적인 비전과 전략이 있고, 이를 체계적으로 추진할 조직이나 동력이 필요하며, 이를 지원할 생활여건, 비즈니스 여건, 그리고 ESG 경영과 같은 경영 철학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제는 시대의 변화도 감지하여, 과거의 단순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클러스터가 아닌 4차 산업혁명의 첨단기술이 접목된 클러스터이면서(예, 디지털 클러스터), 동시에 다수의 이해관계자 측면에서도 행복한 클러스터가 되길 희망해 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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