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매일 김종원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 직원들이 지난 5년 6개월간 법인 카드로 2천억원이 넘는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LH는 과거 미공개 개발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와 최근에는 부실시공으로 질타를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법인 카드 과도 사용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전망이다.

엄태영(국민의힘 ·충북 제천 단양) 국회의원은 30일 'LH 법인카드 사용내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18년부터 2023년 상반기(6월)까지 법인카드를 총 2천038억5천 288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엄 의원실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법인카드 내역을 업무간담회, 업무협의, 업무추진회 등으로만 적어놓고 구체적인 내용은 명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올해 4월26일 LH 본사 직원이 'ㄱ횟집'에서 업무간담회 목적으로 60만원을 사용했는데, 여러 명이 실제 업무간담회를 했는지 직원 둘이서 각자 30만원이 넘는 금액의 식사를 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는 것이 엄 의원실 설명이다.

LH 임직원들은 이런 식으로 최근 5년6개월간 업무간담회 등을 명분으로 횟집, 포차 등에서 27억원 가량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대로 업무간담회를 진행했는지도 모르는 내역으로 국민혈세로 운영되는 법인카드가 남용된 것.

엄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4월 발생한 인천 검단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이후 5~6월 두 달간 LH 본사와 인천지역본부에서 업무간담회 등의 명분으로 식당에서 사용한 법인카드 총 금액은 약 1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대부분이 고기집, 횟집, 포차 등의 식당으로 단순히 업무간담회 등으로만 명시해놓고 구체적인 내용은 적히지 않은 내역들이 대부분이었다.

같은 시기 '춘계체육행사' 진행비, 식사비용 등으로 8천 887만원을 사용한 내역도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엄의원은 "인천 검단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후 전면적인 조사와 재발방지계획, 대책 마련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춘계체육행사 등을 개최하고 무슨 업무간담회인지 확인조차 어려운 명분으로 두 달간 10억원에 달하는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엄 의원은 이어 "국민혈세로 운영되는 법인카드를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로 마치 개인카드 쓰듯이 사용하는 행태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지적하며, "매번 말로만 혁신, 개혁을 외치는 LH가 제대로 된 혁신과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임직원들의 근본적인 태도와 마음가짐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질타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