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서지예 청주시 상당보건소 보건정책과 주무관

과일에 제철이 있듯 사람에게도 자신에게 맞는 계절이 있을까? 이전엔 비닐하우스에서 사계절 내내 재배된 과일을 먹고 싶을 때마다 먹다 보니 과일의 제철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실제로 제철 과일을 먹어보니 이 과일의 제철은 봄이구나, 여름이구나 하는 깨달음과 이제야 제철을 알게 된 과일도 있다. 제철 맞은 싱싱한 과일을 맛본 소감은 확실히 과일은 제철에 맛봐야 달고 그 맛이 더하다. 덕분에 이 계절은 이 과일로 기억되겠구나 싶을 만큼 제철이 인상 깊은 과일도 생겼다.

제철의 사전적 정의는 '알맞은 시절'이다. 제철 맞은 과일을 맛보며, 과일에 제철이 있듯 사람에게도 본인에게 알맞은 계절과 시절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나는 사람들에게 어떤 계절로 기억될까, 나도 누군가에게 계절과 함께 기억될 만큼 인상 깊은 제철 사람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최근에 나의 제철은 여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 일이 있다. 올해 초 초등학생의 건강한 생활습관 확립을 위한 '건강생활실천 포스터 공모전'을 진행했다. '건강생활실천 포스터 공모전'은 학교 보건실로 전달된 보건교육 자료를 통해 건강한 습관은 무엇인지 초등학생 스스로 학습하고 느낀 점을 그림으로 표현해 제출하면 당선작을 선정하여 시상금과 상장을 수여하고 작품을 전시하는 행사이다.

시상식을 진행하면서 학교 조회 시간에 상장을 받고 싶다는 의견이 있어 학교에서 초등학생 당선자들에게 직접 상장 전달이 다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당선자 학교 측과 상의를 했다. 그리고 몇 달 뒤 나의 노력이 감사 인사로 열매를 맺었다.

한 학교를 통해 전달된 초등학생 당선자 학부모의 감사 인사는 "아들이 학교에서 방학식을 통해 시상식을 한 번 더 해서 아들이 많이 행복해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감사 인사와 함께 전달된 행사 사진 속 학생은 교장 선생님과 함께 상장을 들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사진을 보며 그 학생과 학부모에겐 이번 여름의 한 조각은 '건강생활실천 포스터 공모전'이 제철로 남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여름 가장 제철 맞은 사실 사람은 내가 아닐까 싶다. 사진과 감사 인사 덕분에 나는 이제 공직생활의 여름을 떠올리면 그 사진 속 미소와 함께 이번 보건소 공모전이 가장 먼저 생각 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인상 깊은 일이 생기고 나니 보건소 사업은 베푸는 사업이라 참 좋다고 했던 한 선배 공무원의 말이 떠오른다. 비단 보건소 사업뿐 아니라 공직에서 하는 일의 대다수가 봉사하는 마음으로 베푸는 사업일 것이다. 그렇기에 앞으로 남은 30여 년의 공직생활을 계속해 나가면서 올여름 제철을 맞이한 뿌듯한 마음을 잃지 않고 내가 하는 모든 베풂이 항상 알맞은 계절이 되어 나 자신이 역시 언제나 제철 맞은 공무원이 되었으면 좋겠다.

서지예 청주시 상당보건소 보건정책과 주무관
서지예 청주시 상당보건소 보건정책과 주무관

그리고 욕심이지만 매년 각 계절에 만나는 사업마다 좋은 인상으로 남아 사계절 모두 나에게 제철이 되었으면 좋겠다. 계절의 좋은 기억 한 조각 한 조각이 제철로 남아 훗날 사람들에게 '나는 너에게 어떤 계절이야?'라고 물었을 때, 모두에게 각기 다른 답과 이유로 어울리는 계절을 선물 받아 계절마다 제철 맞은 사람으로 그리고 공무원으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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