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포커스>

송덕호 / 미디어연대 사무처장

문화적 공공시설일까? 영상미디어산업시설일까?

먼저 생뚱맞은 질문을 던지고 시작해보자. 미디어 교육이란 무엇이고 왜 하는 것이며 꼭 필요한 것일까?

미디어 난개발이라는 문제가 불거질 정도로 미디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시대에, 미디어 교육이 대세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 때에, 웬 원론적인 질문인가 하겠지만 한 번은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문제인 것만은 분명하다.

미디어 교육이 무엇이고 그 필요성이 무엇인지를 묻는다면 뭐라고 명확히 결론내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다양한 주체와 환경에 따라 매우 다양한 정의를 내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 미디어센터와 만나면 그 정의의 범주를 그나마 좁혀 생각해 볼 수 있다. 지역미디어센터는 그동안 소수에게만 허락되었던 미디어 접근권을 더 많은 사람에게 돌리기 위한 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 21세기 들어 영상 미디어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커가면서 그 해독과 운용 능력도 중요한 의미를 띄게 되었다. 시민들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위해 도서관과 같은 공공기반시설로서의 지역 미디어센터가 필요했고, 이 미디어센터는 제작 능력 향상을 위한 미디어 교육을 중점사업으로 실시하였다.

때문에 지역 미디어센터의 미디어 교육은 시민들의 제작 능력 향상을 중심으로 해서 펼쳐지는 다양한 활동들을 포괄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제작물의 상영과 소통을 위한 퍼블릭액세스 구조는 지역 미디어센터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지역 미디어센터의 미디어 교육은 시민들의 표현 능력의 향상과 감수성 함양, 그 과정에의 참여와 소통을 통한 민주시민의 양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역 미디어센터는 이렇게 단지 시설의 유무와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닌 그 운용과 내용의 문제라고 할 수 있고, 미디어 교육은 단지 기술을 전수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그 표현의 가능성과 능력을 길러주고, 자발적인 소통과 참여의 힘을 북돋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미디어센터나 미디어 교육이 영상에 집중되는 경향은 표현의 도구로서의 다양한 미디어에 아직 눈을 돌리고 있지 못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미디어센터에 대한 접근이 아직은 문화적 공공시설이라는 접근보다는 영상 미디어산업시설이라는 인식이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래도 그동안 집중적으로 진행되어 왔던 영상 미디어 교육은 지역 미디어센터들의 왕성한 활동으로 많은 진전이 있었다. 특히 장애인과 저소득층을 위한 ‘찾아가는 미디어 교육’은 모범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시설에 접근할 수 없는 계층을 기다리기보다 직접 찾아가 그들의 현실과 밀착한 커리큘럼과 방법론으로 그들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미디어센터 건립은 매우 큰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방송위는 대도시 중심으로 200억이 넘는 초대형 규모의 미디어센터를 세우고 있고, 문화관광부는 이에 뒤질세라 60억 규모로 중간 크기의 도시를 대상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나마 작은 규모였던 영진위의 미디어센터는 앞의 사업에 흡수되어 사라져버렸다.

큰 미디어센터가 전혀 필요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 미디어센터로서의 기능과 역할에 충실할 수 있을 지는 의심스럽다. 이는 그동안 세워졌던 영상산업지원센터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지역 미디어센터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선 1억 원 규모의 작은 미디어센터 100개가 훨씬 더 큰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 생각된다.

미디어 교육은 센터의 크기에 의해 좌우되기보다는 그 내용과 방법론에 따라 달라진다. 브라질 꾸리찌바시의 작은 도서관인 ‘지혜의 등대’처럼 수많은 작은 미디어센터가 시민들의 삶 가까이에 만들어진다면 어떨까? 그래서 그 다양한 결과물이 지역의 미디어를 통해 서로 나눠지고 소통하는 속에서 이웃을 알고 이해하게 된다면.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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