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박상철 경제부 차장

9월 1일부터 추가로 연장된 유류세 인하에도 '기름값 오름세'가 거침 없다. 리터(ℓ)당 휘발유 가격은 1천800원대를 넘어 1천900원대까지 오를 수 있다는 우려에 목소리도 나온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오름세를 고려하면 ℓ당 2천원대 진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지난 7월 26일 ℓ당 1천600원대를 돌파한 데 이어 2주 만인 8월 9일 단숨에 1천700원대를 넘어섰다. 현재 ℓ당 1천700원대 중반까지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이르면 내달 초 1천800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충청지역 휘발유 가격도 우상향 중이다. 지난 7월 1~2일 저점을 찍은 가격은 꾸준히 올랐다. 3일 오후 3시 기준 충청지역에서 휘발유 ℓ당 가격이 가장 낮은 곳은 대전으로 1천738원이다. 충남·세종은 1천749원, 충북 1천747원 가격대를 형성했다.

이처럼 국내 기름값 오름세가 심상치 않자 정부는 8월 말까지였던 유류세 인하 혜택을 오는 10월 말까지 두 달간 연장했다. 유류세 인하 조치를 중단했을 시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천900원대, 경유 가격은 1천800원대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당초 연말까지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됐다. 하지만 세수 부담과 국제 유가 변동 등을 고려해 일단 2개월 연장을 단행한 후 추가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유류가격과 소비자물가는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 지난해 정점을 찍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 1월 5.2%로 시작해 점점 하락했다. 6월에는 2.7%까지 떨어졌고 7월에는 2.3%를 기록하며 25개월 만에 역대 최저 수치를 기록했다. 7월 소비자물가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는 석유제품 역대 최대 하락이었다.

그러나 소비자물가 하락을 이끌었던 석유제품이 다시 상승세로 전환하면서 이달에는 석유제품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자물가 상승이 예상된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가계 지출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석유제품 가격 상승까지 겹치며 서민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딜레마다.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으로 서민 생계 부담을 완화해야 할지 아니면 막대한 세수 손실을 줄여야 할지 고심이 크다. 실제 올 들어 7월까지 국세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조원 이상 줄었다. 기업 실적이 악화하고 부동산 시장 침체로 주택 거래 감소가 지속하면서 세수 펑크 규모는 눈덩이처럼 커진 상황이다.

박상철 경제부 차장
박상철 경제부 차장

경제도 정치처럼 생물이다. 상황이 언제든 바뀔 수 있고 변화할 수 있다. 그만큼 단정 짓기 어렵다. 고유가 시대 정부의 유연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100%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은 없다. 하지만 정답(正答)은 없어도 해답(解答)이라도 찾아야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유가는 오르고 있다. 치솟는 유가에 대한 현명한 정부 판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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