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동빈 사회부 차장

7·15 오송 참사 이후 50일이 지났지만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다. 책임자 처벌도, 원인규명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데 누군가는 벌써 이 사건을 잊으라고 말한다.

지난 1일 오송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49재 추모식이 열린 날, 충북도와 청주시는 그들을 기리기 위해 마련한 시민분향소를 기습 철거했다. 시민분향소 운영을 연장해 달라는 유족들의 외침은 외면했다. 49일이면 그들을 추모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 것 같다.

행정무능으로 참사를 일으킨 공무원들이 시민분향소 철거에는 그 어느 때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일을 했다.

참사가 아니었다면 그들은 적어도 1년은, 대부분은 수십년을 우리의 곁에서 함께 하며 기억됐을 것이다. 추모를 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가족을 잃은 유족들에게 수천만원 운영비 핑계를 대고, 인력 문제를 들이미는 청주시와 충북도에게 한 TV프로그램을 소개하고자 한다.

예능프로그램 중 하나인 알쓸별잡 4화에는 출연자들이 9·11 테러를 기억하는 미국인의 태도와 자세를 각자의 시선으로 해석했다.

유현준 교수는 참사현장에 마련된 9·11메모리얼파크에 대해 "추모공간을 찾는 사람들은 그곳에서 우울해 하지 않고, 오히려 위로 받는다"며 "(미국은) 비극조차 (국민들을) 하나의 마음으로 모았다"고 평가했다.

심채경 박사는 잊힐 수 있는 사람을 기억하려는 노력에 대해 말했다. 그는 "9·11을 추모하는 장소가 여전히 그 장소인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나라는 위령탑 이런 것들을 엉뚱한 곳에 두는데 미국은 맨해튼 가장 비싼 땅에 추모공간을 마련하고, 일상에 자연스럽게 공존하게 두고 있어 매우 의미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우리나라에서는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 14명이 숨진 오송 참사 등 수많은 참사가 발생했다. 그때마다 누군가는 이 사건을 추모하는 기간을 정했다. 9·11테러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그 순간을 기억하는 미국과 너무나 다른 모습이다.

참사를 겪은 유가족과 이를 지켜본 국민은 국가로부터 위로받아야 한다. 그런데 분향소 기습철거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참사보다 더 참담한 상황이다.

신동빈 사회부 차장
신동빈 사회부 차장

오송 참사 이후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지금 시민분향소를 얼마나 빨리 철거시키는지가 관심사였던 분들에게 제안한다.

오송 궁평2지하차도를 지나는 모든 사람이 오송 참사를 기억할 수 있게 추모의 터널로 만들어야 한다. 온전히 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것만이 이 같은 비극을 막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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