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이지효 교육부장

서울 서이초 2년차 신규 교사의 죽음이 교사들을 결집시켰다.

지난 7월 18일 꽃다운 나이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가 그만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이후 수만명의 교사가 주말마다 집회를 열고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 교권보호 등을 교육 당국에 전달했다.

그런 외침에 교육부가 내민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은 이름만 거창할 뿐 교사들에게 다시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이다.

지난 9월 4일.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일에 교사들의 퇴근 시간에 맞춰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에서 서이초 사망교사의 추모집회가 시작됐다.

세종의 교육부 앞에도 교사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꼭 국회와 교육부 앞이 아니더라도 충북교육청을 비롯한 전국의 각 시군교육지원청에는 이를 추모하기 위한 분향소가 마련됐다.

전국에서 모인 교사와 시민은 5만명에 육박했고 전국적으로 따지면 10만이 넘는 인파가 추모집회에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집회는 무대발언 등 특정 단체가 관여하지 않은 교사 개개인의 자발절 참여로 이뤄졌다는 것이 눈여겨 볼 점이다.

그것도 주말이 아닌 평일에 이뤄진 점도 교사들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분명하다는 것일게다.

앞서 교육부는 이날 집회를 위해 연가 등을 사용하는 교사 개인에게 파면·해임 등 징계초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예상보다 많은 참여 인파에 4일 저녁 징계 조치 등은 철회 하기로 했다. 교사들의 추모 행렬은 국회 앞을 넘어 여의도 광장까지 이어졌다. 그만큼 교사들의 분노가 징계 위협으로도 꺾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특히 20~30대 젊은 교사들은 먼저 간 교사들과 자신의 문제와 동일시 하며 본인들이 '상주'로 현장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며 행동하고 있다.

지난 7월 서이초 사태에 이어 최근 서울, 경기, 전북에서 교사 3명이 또 안타까운 선택을 해 교사들의 공분은 극에 달한 상황이다.

이렇게 교사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은 개인의 문제라기 보다는 교육현장의 구조에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교사들은 그동안 밖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공론화하지 못한 것을 자책하며 이제는 서로가 서로를 지켜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들은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밝히기를 바라지만 아직까지 달라진 것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한다.

교사들은 '교권회복' 법안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지만 아동학대법, 초·중등교육법, 교원지위법 개정안 등 관련 법안은 여전히 국회 초입에 머물러 있다.

이들은 교육부가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엉뚱한 방안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사들은 생활기록부 권력을 통한 영혼없는 존중을 바라는 것이 아니고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안전한 교육 환경'을 원한다는 것이다.

결국 현재의 시스템과 학교 문화가 바뀌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서이초 교사는 분명 또 생길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렇듯 교사에 대한 안타까운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는 가운데 학교는 인간의 존엄함을 배우는 공간이 아니라 죽음의 공간으로 전락하고 있다.

현장의 교사들은 이러한 극단적 선택이 되풀이되지 않는 안전한 학교 공간을 원한다는 것이다.

이지효 교육부장
이지효 교육부장

교사들의 일터인 학교가 지금보다 더 안전해지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제 더말할 나위도 없다.

하지만 그 '근본적인 대책'이라는 것이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교육 당국은 이제라도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교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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