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황인제 대전·충남취재본부

"생각보다 구하기 쉬워요"

최근 법정에 출입하다 보면 영화 속이나 해외 토픽에서 보던 마약사범들이 투약에서 판매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재판을 받기 위해 법정의 문턱이 닳도록 드나든다.

그동안 누군가 마약에 대해 물어본다면 머나먼 미국 땅 이야기, 멕시코의 마약왕 정도를 답했을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마약 청정국 대한민국'이라는 수식어는 어쩌면 역사 속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다.

지난 3월부터 약 3개월간 마약류 사범을 집중단속한 충남경찰청은 마약류 사범 165명을 검거하고 40명을 구속했다.

작년 같은 기간 105명을 검거한 것 보다 57.1% 늘었고, 구속 또한 24명에서 66.7%가 증가했다.

무엇보다도 20대(24.8%), 30대(23.6%)가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누군가는 살아가기 위한 생업의 수단으로 판매를 하고 누군가는 한번 맛본 쾌락을 끊을 수 없어 구매를 한다.

지난 6월 19일 법정에 앳된 20대 여학생이 들어왔다. 누가 봐도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생활을 즐겨야 하는 학생…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첫 재판을 받기 위해 법정에 들어섰다.

3년 전 교제하던 남자친구를 통해 매수와 투약을 강요받아 시작하게 됐다는 여학생은 마약으로 인해 우울증, 공황장애 등의 정신장애로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하기도 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에도 여학생은 마약을 끊을 수 없었다. 이젠 판매책에게는 고객이 된 여학생은 매수와 투약을 자발적으로 하게 된 것이다.

투약 혐의에 대해 첫 재판이 열리기 전 여학생은 또 다시 스스로 필로폰을 투약했다.

그 무엇도 여학생의 투약을 막을 수는 없어 보였다.

결국 이 여학생은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재판을 받기도 전에 투약을 한 점을 재판부는 크게 비난했지만 어린 학생에게 재판부는 사회로 온전히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으로 보였다.

마약을 다뤄 봤던 사람들은 "구하기가 쉽다"고 말한다.

황인제 대전·충남취재본부
황인제 대전·충남취재본부

먼 이야기인 줄 알았던 '마약' 이젠 그 위험이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범정부 차원에서 앞으로 보다 더 현명한 방법으로 법을 제정해 마약 투약의 사전 예방과 치료에 더욱 힘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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