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에세이]김병연 수필가

저녁에 이불을 펴고 잠자리에 들면 5년간의 중국 생활이 주마등(走馬燈)같이 다가온다. 한때는 중국사회를 '죽(竹)의 장막(帳幕)'이라고 한 적이 있었다. 그 잔재랄까? 지금도 중국의 길거리를 걷다보면 학교나 관공소나 건물등 모든 건물들이 담벼락으로 둘러져 있다. 빈 공터라도 그냥 놔두는 것이 아니라 어김없이 담벼락으로 둘러싼다. 그 가운데 백선효위선(百善孝爲先:백 가지 선행 가운데 효도가 가장 으뜸)이란 글귀가 생생하다.

중국은 9월에 신학년이 시작되고 9월 10일이면 '스승의 날'인 교사절(敎師節)이다. 서이초 선생님의 자살 사건을 보면 가슴 아프다. 우리는 '스승이 사라지고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고 한탄이지만, 중국은 어른이 살아있고 학교가 살아있고, 법이 살아있는 사회다. 그곳 학교에서 생활하면서 필자가 '나이가 많다'는 생각이 들어본 적이 전혀 없었다. 더욱 다행인 것이 그곳 학생은 물론이요 선생님들까지도 한국을 어찌나 좋아하는지! 힘든지 모르고 보낸 5년 생활이 한 편의 드라마처럼 다가온다.



4박5일간 일정으로 산샤댐으로 유명한 '양자강크르즈 '를 다녀온 적이 있었다. 마침 필자와 한 팀이 되어 동행했던 가족이 생생하다. 딸 셋에 사위 하나! 네 명이 팔순(八旬)의 노모(老母)를 모시고 다니는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었다. 40대 후반의 막내딸은 '엄마의 손'에서 잠시도 떨어지지 않고 걷는다. 식사를 할 때도 세 자매는 맛있는 음식을 설명하면서 권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가 좋았다. 마지막 중경에서 항주까지 하루 종일 달리는 침대 열차에 딸 셋은 노모가 앉은 자리를 뜨지 않고 끝까지 지키며, 다정이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세 자매는 이렇게 '지극정성'으로 일관하였다. 막내딸 애절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에서도 노부모(老父母)를 모시고 효도여행이랍시고 떠나는 젊은이과 비교가 된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행동이 굼뜨고 어둔한 게 당연하다. 그렇다고 모처럼의 여행인데 부모를 핀잔해서야 되겠는가?! 중국의 자식들은 절대로 그런 법이 없다. 우리와는 천양지차로 지극정성으로 모신다. 살아생전 단한 번이라도 그렇게 따뜻하게 모시지 못한 필자가! 두고두고 후회스럽고 아프다.

중국인의 첫인상은 시끄럽고 지저분한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그것이 아니었다. 그들에게는 깊이가 있으며 인류 보편적 가치와 미풍양속이 살아있었다. 첫째는 '효(孝)'가 살아 있다. 국가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선양한다. TV나 벽보를 보면 '배배효(사람마다 효도를!) 대대전(대대로 전하자!)'를 계속 전파하고 있다.

둘째는 어른이 살아 있다. 만원버스를 타 보면 젊은이들이 노인을 보면 일어나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 상식이다. 초등학생 하나가 복잡한 지하철을 탔다가 cctv에 포착된 그 학생의 미담이 화제가 되어 TV를 통해 중국 전 대륙으로 방영된 적이 있었다. 그는 어른에게 자리를 양보하느라고 '앉았다 일어나기'를 다섯 번이나 반복했다. 그곳에선 이렇게 국가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셋째, 학교가 살아 있다. 교사의 권위가 살아 있다. 필자는 근무했던 학교는 4천명이 넘는 학생들이 학생폭력사건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중국 TV를 봐도 학교 폭력은 전무하다.

넷째, 법이 살아있다. 중국인의 준법정신은 절대적이다. 중국은 철저한 법치국가다. 법에 어긋나면 가차 없이 법대로 집행한다. 중국에선 범법자에겐 인권이란 게 없다. 학교에서도 준법교육은 그만큼 엄격하고 철저하다.

 

김병연 수필가
김병연 수필가

9월29일은 온 가족이 한데 모며 조상에 차례를 드리는 '추석'이다. 차례는 과거(조상)와 현재(후손)와의 대화이자, 신세대와 구세대간 대화이다. 대화를 통하여 어른이 살아나고, 법과 질서가 살아나고, 국가 기강이 갈아나고, 건강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 기성세대는 6.25 전란의 잿더미에서 세계10대 경제대국의 기적을 자랑스런 주역들이다.



중국의 담벼락에 백선효위선(百善孝爲先)이란 글귀가 더욱 새롭다. 어른이 살아있는 중국사회를 타산지석으로 삼자.

사람마다 효, 대대로 전하자! (背背孝배배효, 代代傳대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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