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최원영 K-메디치연구소장·전 세광고 교장

서현역, 신림역 등의 엽기적 폭행사건이 우리 사회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SNS상에 또 다른 폭력을 예고하는 메시지가 올라오면서 혼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호신용 기구가 불티나듯 팔리고, 치안을 강화하겠다는 사법당국의 대책이 제시되고 있지만 누구도 안심 못하는 불안 심리가 팽배해 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 '묻지 마 폭력'의 배경에 등장하고 있는 용어가 '은둔형 외톨이'다. 공동체로부터 고립된 젊은 세대들의 분노가 불특정 다수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국무조정실과 보건사회연구원의 추산에 따르면 현재 24만 명 이상의 청년들이 은둔상태에 있는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범죄 심리학자들은 은둔형 외톨이와 묻지 마 범죄의 상관관계를 주장하고 있지만, 일반화된 접근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우려되는 것은 이 사안을 대처하는 당국과 언론의 자세다. 치안질서를 더욱 강화하고 범죄자들을 엄중 처벌한다는 사법만능의 접근이 과연 유효한 대책인지 숙고해야 한다. 묻지 마 범죄자들이 처벌일변도의 경고에 자중하리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로부터 고립된 젊은 세대들이 처벌을 두려워 할 만큼 이성적이지 않다고 봐야한다. 언론사의 자세도 아쉬움이 많다. 일명 '머그 샷'이라는 범죄자 신상 노출이 치명적 명예형이기에 범죄 예방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은 위험하다. '관종(관심종자: 타인의 시선과 관심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다시없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는 오히려 모방범죄를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실제 우리 사회를 두려움에 떨게 하고 있는 SNS상의 묻지 마 폭행 예고는 언론 보도에 자극받은 원인이 크다.

성숙한 사회는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규명하고 대처한다. 일련의 묻지 마 범죄가 '은둔형 외톨이'들의 분노가 원인인지 면밀히 검토해야 하고, 타당성 있는 분석이라면 효과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특히 젊은 세대의 은둔 배경이 되고 있는 청년 실업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청년의 일자리 감소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고, 이에 따른 청년 저소득은 유례없는 저출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모세대 보다 가난한 세대가 우리'라는 청년들의 비관적 호소는 우리 사회에 대한 분노로 표출되고 있다.

한국 사회가 헝그리(Hungry) 사회에서 앵그리(Angry) 사회로 변화되었을 뿐이라는 자조 섞인 푸념이 있다. 사회갈등이 커지고 공동체의 연대가 무너지고 있다는 표현이다. 인터넷상에는 저주와 혐오가 넘쳐나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시민의 미덕은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거리의 현수막은 저열한 내용이 난무하고 정치권 팬덤들의 언어는 도를 넘어선지 오래다. 한국사회를 분노사회라고 하는 이유다.

사회 문제의 원인은 연쇄적이다. 청년 자살률 증가, 청년 주거 불안정, 결혼 및 출산을 포기하는 청년 등, 청년세대를 둘러싼 수많은 문제들은 결코 이번 사건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 이 사건의 원인을 '청년 은둔'으로만 섣불리 규정한다면, 근본적인 해법에 다가설 수 없다. 경찰력을 동원하고 시스템을 강화하여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청년 개개인의 문제 상황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이 없다면 우리 사회는 또 다른 비극과 사건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최원영 K-메디치연구소장·전 세광고 교장
최원영 K-메디치연구소장·전 세광고 교장

청년은 현존하는 미래다. 청년들에게 기대할 수 없는 미래만 남아있다면 그 누가 사회를 위해 일하고 이웃과 연대하겠는가. 기성세대의 역할은 새로운 미래상을 제시하는 데 있다. 앞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청년들이 정책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더 많은 청년들을 사회의 품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정치권의 세대교체가 꼭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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