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황윤순 흥덕구 봉명1동 주민복지팀장

올 초 가정방문을 갔을 때이다. "아니 아직도 이런 집이?" 부엌의 바닥과 천장은 거실보다 한 단이 낮았고, 심지어 화장실은 현관 밖 마당에 있었다. 겉보기에는 아담한 단독주택이라 집 안에 들어와서 보기 전까지는 이러한 주택 구조로 되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장애인이 거주하는 인근 주택도 매한가지였다. 그 집은 신장 장애를 앓고 있는 아들과 노모가 함께 살고 있었다. 아버지가 몇 년 전 돌아가신 이후 아들을 돌보는 것은 오로지 어머니의 몫이었다. 아픈 무릎에 손을 얹고 두어 칸 계단을 밟고 부엌을 내려갈 때마다 통증은 더 크게 느껴졌다. 한밤중 일어나서 아들의 대소변을 처리하는 일도 점점 지쳐갔다. 화장실이 집 안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곧 다가올 겨울이 싫다고 하셨다.

다시 찾아갔을 때 우리는 어머님이 정말 좋아하실 줄 알았다. 2023년 장애인 주택 개조사업 대상지가 농어촌에서 도심지역까지 확대되면서 연초에 신청한 사업에 선정되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노'였다. 젊었을 때는 일이 무섭지가 않았는데 이제는 공사 기간 동안 아들의 거취 문제와 집 공사가 감당이 되지 않는다고 하셨다. 시청과 동에서 몇 번을 찾아가 대화를 시도한 끝에 결국 최종 결심을 하셨다.

7일의 기적. 청주의 중심,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봉명동 주택의 변신이 이루어졌다. 휠체어 출입이 편리하도록 경사로를 제거하여 외부 출입구와 수평을 맞췄고, 부엌의 바닥과 천장을 올려 거실과 같은 높이가 되었다. 새로운 싱크대와 찬장은 깨끗함을 더해주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실내 화장실이 생겼다. 한겨울 몸서리치는 추위를 이제는 겪지 않아도 되었다. 분평동에서 수동으로, 수동에서 사직동, 사직동에서 봉명동으로 밀려온 세월이 생각나시는지 노모는 눈물을 훔치셨다.

연거푸 전하는 감사의 말에 코끝이 찡해졌다. 작게는 2평에서 크게는 5평에 이르는 이 공간이 누구에게는 당연하고 누구에게는 선망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낀 순간이었다. 사실 화장실은 기본 욕구 해소 이외에도 아무 생각 없이 멍을 때릴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휴식의 공간, 'rest room'이라고도 불렸고, 동양에서는 '해우소', 근심을 해소하는 장소라고도 불렸다. 이러한 공간이 내 집 안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울컥하셨을 것이다.

우리나라 화장실 문화는 더 나은 생활환경과 위생을 요구하는 사회적 기대로 급속히 발전되었다. 특히 1988년 올림픽 유치 전 공중화장실 개선사업과 2002년 월드컵을 치르면서 세계에 위상을 알린 바 있다. 그래서 대게 어느 집이나 어느 정도의 화장실이 있을 거라고 추측할 것이다.

황윤순 흥덕구 봉명1동 주민복지팀장
황윤순 흥덕구 봉명1동 주민복지팀장

그러나 아직도 실내에 화장실이 없는 집이 도심 속에 존재한다. 우리나라 화장실의 품격에 맞도록 도시지역 실내 화장실 설치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장애인 가정에 편의를 제공하고 더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얼굴에 미소가 퍼져나갔으면 좋겠다.

키워드

#기고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