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

하숙자 / 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장

시각장애여성 한 분이 마루 밑으로 굴러 떨어질까,턱에 걸려 넘어질까,아이 허리와 당신의 손에 끈을 묶어 네 명의 자녀를 길러냈다고 한다.자신의 시각장애로 인한 어려움을 이러한 아이디어로 자녀들을 건강하게 잘 길러내셨다.하지만 그리 간단한 것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그녀의 눈물로 짐작할 수 있었다.

지난해 내가 활동하는 단체에서 장애여성들의 ‘차별경험 드러내기’라는 워크숍을 하면서 각자 다양한 장애를 가지고 살면서 겪었던 이야기들을 풀어놓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증여성장애인은 아이를 낳을 수도 없고 기를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어떤 분들은 휠체어를 타는 여성은 생리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당연히 섹스도 하지 못 할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기도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상당한 고학력자 중에도 장애가 유전된다고 잘못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그러나 장애를 이유로 결혼,임신,출산,육아를 할 수 없는 사람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물론 유전이 되는 것도 지극히 일부의 장애에 국한 될 뿐이다.70㎝의 키를 가진 골형성부전 장애여성도 두 명의 자녀를 낳아서 건강하게 잘 키우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장애인들이 다 잘 해낸다는 이야기는 아니다.장애영역에 따라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다르고,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면 결혼 생활과 임신,출산,육아를 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결정은 당사자의 욕구이며 권리라는 것이다.

여성운동계에서는 임신 출산과 관련한 모성의 권리와 건강권 차원에서 선택적 권리로 논해지고 있는 반면 여성장애인의 경우 자연스러운 임신과 출산과정에서 차별과 편견 속에 소외되고 무시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사자의 가족들조차도 장애인에 대해서 “제 몸 하나 추단도 못하면서 그냥 혼자서 깨끗하게 살지 무슨 결혼을 하려고 하느냐”고 말리기가 일쑤이고,우여곡절 끝에 결혼을 한 여성장애인에게는 “애는 낳아서 어떻게 키우느냐 그냥 둘이서 알콩달콩 살아라”고 권한다.그리고 막상 아이를 낳으면 “그 몸으로 어떻게 키우느냐”며 당사자의 동의도 없이 비장애 가족들이 아이를 키워준다며 데리고 가버리기도 한다. 한편 시어머니가 “장애도 있는 것이 애도 못 낳는다고 구박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럭저럭 자녀가 성장하여 학교에 가게 되면 엄마가 장애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거나 놀림을 당하기도 한다.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의 경우 담임과의 소통이 어려워 자녀양육에 어려움을 경험한다.

자녀가 성장하여 사춘기를 맞이하면 장애엄마와 관계를 잘하며 엄마의 장애를 보완하는 자녀가 되거나 반대로 장애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갈등의 시기를 경험하기도 한다.자녀결혼의 시기가 되면 장애엄마로 인해 결혼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것에 대해 노심초사한다.

또한 노년에는 자식에게 짐이 될까 불안해한다.이렇게 여성장애인은 생애 전 주기를 통해서 차별받으면서도 어렵게 모성의 권리와 의무를 다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장애로 인한 어려움보다는 주변의 시선이나 몰이해가 더 힘들다고 말한다.장애는 질병도 아니며 위험한 것도 아니다.단지 몸의 차이와 정신의 작은 차이일 뿐이다.

이러한 차이는 편의시설을 하면 해결되기도 하고 비장애인이 조금만 이해하면 장애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보다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보조기가 필요한 경우도 물론 있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보조기는 비장애인의 차별감수성과 인권감수성이다.

의식의 양극화를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여성장애인을 충분히 이해한다면 우리사회의 인권과 의식의 지수가 상당히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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