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핵 환경만화가의 어린시절 이야기
짱뚱이의 상추쌈 명상|오진희 글|신영식 그림|열림원

말기 식도암으로 지난 1월 18일 고인이 된 반핵 환경만화가 신영식씨가 지난해 8월 펴낸 책이다.언제나 처럼 부인 오진희씨가 글을 쓰고 그가 그림을 그렸다.

이 책은 100만권 이상 팔린 환경만화 ‘짱뚱이’ 시리즈의 주인공인 부부의 첫번째 산문집으로 우리 먹거리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소박한 산문들이 수록됐다.저자가 말하는 ‘상추쌈 명상’은 입 안에서 시작되는 명상이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밥상 음식과 작물들,간식거리들을 계절별로 언급하며 이들을 모티브로 지난날을 회상한다.이들은 상대가 누구든 늘 배려하고 조금 어눌한 사람의 말에 귀기울여주고,모난 사람도 부드럽게 감싸주는 미덕을 가르쳐준다.

채소와 사람을 자연스럽게 비교하는 대목에서는 상추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특별한 맛도 없지만 별나지 않아 오랫동안 사랑받는 상추처럼.고인은 없지만 부부가 남긴 요리 에세이는 깊은 감동을 전한다.242쪽/ 9천500원.


외국인 노동자 가족의 슬픔과 우정
커피우유와 소보로빵|카롤린 필립스 지음|전은경 옮김|푸른숲

차이를 인정하면 차별 없는 세상이 보인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독일의 청소년 소설이다.피부색이 검어서 ‘커피우유’라는 별명을 얻은 샘과,얼굴에 주근깨가 많아 ‘소보로빵’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보리스가 주인공.

샘이 자기 소개를 시작하자마자 반 아이들은 배꼽을 잡고 웃어 댄다.샘이 서부 에센에서 왔다고 하자,한 아이가 그곳에는 깜둥이가 살지 않는다고 말했기 때문이다.사회와 친구들로부터 정신적·육체적 차별을 받으며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아이의 심리를 섬세하게 포착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 가족이 겪는 인종차별과 폭력,위기감을 비롯해 그 속에서도 웃음과 감동을 안겨주는 아이들의 우정이 잘 표현돼 있는 작품이다.해외 입양아와 노숙자,장애인,에이즈 환자,문맹자,외국인 노동자 등 소외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뤄온 작가는 지난 2000년 이 작품으로 유네스코에서 주는 ‘평화와 관용의 상’을 수상했다.199쪽/ 8천500원.


일제시기 여학생들의 항일운동을 찾아
여심이 회오리치면(상·하)|임종국|아세아문화사

반민특위의 정신과 친일문제 연구에 평생을 바친 고(故) 임종국 선생의 작품이다. 개항 이후 격동의 세월을 건너온 한국근현대사의 이면에 서린 여인들의 애환과 애증,음모를 픽션 형식으로 그려내고 있다.

일본인에게 무참하게 살해당한 명성황후와 윤덕영의 모략에 빠져 고종의 용안 한번 못 보고 고적하게 살다간 정화당 김귀인,이토의 밀지를 받고 한말 정계의 첩보를 일본으로 빼돌렸던 배정자,그리고 총독부 내실을 제집 드나들 듯이 한 여러 일본 기녀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또 나혜석과 윤심덕,김일엽 등 시대를 너무 앞서서 살았던 신여성들을 통해 그들이 엮어낸 한말 정계 비화와 친일파들의 망국·엽색 행각,총독부 비화와 새로운 사회풍속도를 흥미진진하게 그려냈다.

구한말부터 일제 강점기 역사의 무대에 등장했던 여인들이 소설의 등장인물. 임종국 선집 다섯번째 시리즈인 이 책은 상·하권 두 권으로 출간됐다. 251쪽/ 9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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