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투가리' 작가 이해광씨, 청주대 교수 임용

현직 만화가가 청주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전임교수로 임용돼 화제다.일간스포츠에 4컷 만화 ‘투가리’를 발표해온 이해광(44)씨가 주인공.그는 지난 2004년 상명대 대학원에서 만화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은지 1년 반만에 전업 작가로서는 처음으로 대학 강단에 섰다. 소위 만화계 대가들이 특채형식으로 교수가 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만화전공대학원을 마친 현역 작가가 임용된 것은 이씨가 처음이다.특히 ‘자전적 성장만화 연구’라는 주제의 석사논문은 만화와 작가의 삶을 자신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접근한 데다 한국 만화 자체를 논한 석사학위 논문으로는 첫 시도여서 관심을 모았다. 이해광 교수를 지난 2일 청주대 예술대학에서 만났다.▶투가리와 몽구리의 푸른시절 “내가 그리 잘 생기지도 않았고 토속적이다보니 캐릭터도 나를 닮은 모습으로 그리게 되나 봅니다.구수하면서도 소시민적인 이미지가 나는 좋습니다.” 뚝배기를 뜻하는 남도 방언 ‘투가리’와 바짝 깎은 머리라는 의미의 ‘몽구리’는 이씨의 대표 캐릭터들이다.그의 말마따나 잘 생기지도 또 특별하지도 않지만 왠지 정감이 간다.이현세와 허영만 등의 작가가 세밀화풍의 극화체(삽화체) 만화가라면 그는 ‘둘리’와 ‘짱구는 못말려’ 등과 같은 만화체 작가로 분류된다. 만화가를 꿈꾸며 지난 88년엔 극만화로 유명한 이향원씨의 문하생이 되기도 했지만 팀 작업과 디테일한 작업 과정이 체질에 맞지 않아 가던 길을 멈췄다.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시작한 것은 생략과 과장이 두드러진 만화체 작업. 이후 89년 ‘매주만화’에 ‘웃음별곡’ 단편이 실리면서 새로운 길을 걷게 된다. 청소년기에 접한 ‘꺼벙이’와 ‘맹꽁이 서당’,‘독고탁’ 시리즈는 그가 만화인생을 쓰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이후 대학에서 회화과를 지원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디자인을 전공했다.최근까지 그는 소년조선일보에 ‘몽구리의 푸른시절’을 연재하며 청강문화산업대학과 목원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그에게 4컷 만화의 매력은 응축된 아이디어와 감정이입.극화체가 문학 장르로 소설에 해당된다면 4컷 만화는 시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전업작가에서 대학 교수의 길로

“대학원은 주변의 권유로 가게 됐어요.출강하는 대학의 교수님들께서 현장 작가출신 교수들이 최근 퇴임을 했거나 앞두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학위를 받으면 교수요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고 권했죠.”

그는 쟁쟁한 학벌의 지원자들 속에서 자신이 선택된 것은 현장 작가 출신이라는 경험때문으로 본다고 말했다.지난해 신입생을 받은 청주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는 1학년 40명,2학년 20명 등 모두 60여명이 전부.그가 이번 학기에 맡은 과목은 만화기초와 카툰창작,단편만화 세 과목이다.출판만화쪽에서는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학과로 만들겠다는 것이 이씨의 포부다.그는 학과가 안정궤도에 진입하기 전까지는 당분한 창작에 대한 고민을 놓기로 했다.

“학교에 대한 적응도 필요하고 또 과를 셋팅하는 것도 필요하니까 당분간은 작업을 못할 것 같아요.그렇지만 손이 근질거려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진 않을 겁니다.”

▶문화산업은 출판만화에서 출발

이씨는 출판만화시장이야말로 문화산업을 이끄는 원동력이라고 설명한다.성공한 출판만화를 토대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최근 ‘궁’과 같은 드라마의 뿌리가 역시 출판만화임을 생각하면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콘텐츠라는 것.만화가 갖는 문화적 저력은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쉽게 발견된다.

“일본의 경우 한 작가가 30년씩 한 잡지에 연재를 합니다.우리나라 만화 잡지들의 평균수명이 3-4년인 것을 생각하면 대조적이죠.우리와 달리 일본의 만화는 대중문화예술로서 정부지원을 많이 받습니다.물론 일본은 내수시장이 탄탄하고 독서인구가 우리나라의 10배가 넘으며 이중 만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60-70%라는 점이 다르긴 합니다.”

그는 만화가 갖는 문화적 저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이와 관련해선 영화뿐 아니라 만화도 스크린쿼터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특히 만화 성장을 저해하는 불법 복제 문제에 있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강단에 선 만큼 실력있는 작가 양성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현재 이씨는 (사)한국만화가협회 이사이면서 한국카툰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