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교사노조, 유족 만나 가해 학부모 고소·고발 논의 예정

〔중부매일 천성남 기자〕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대전 초교교사는 생전에 가해 학부모들을 신고하는 것을 꺼렸다고 숨진 교사의 남편이 밝혔다.

대전교사노조 등에 따르면 숨진 교사의 남편 A씨는 "아내가 학부모들로부터 고통을 받아왔지만, 교사로서 이들을 신고하는 게 옳지 않다고 생각해 신고를 꺼렸다."라며 "이를 지켜보면서도 지금껏 속앓이만 해왔다"고 토로했다.

이어 "아이들이 많이 불안해한다. 아직 학교에 가려 하지 않아서 집에서 24시간 계속 돌보고 있다"며 "활동에 제약이 많다. 힘을 내려고 하는데도 많이 힘들다"고 심경을 전했다.

대전교사노조는 13일 숨진 교사 유족을 만나 가해 학부모에 대한 경찰 고소·고발 여부, 가해 학부모에 대한 입장, 교사 순직 요청 등 사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노조 관계자는 "유족분들이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라 당장의 입장이나 고소·고발 관련해 자세히 논의된 내용은 없는 상황"이라며 "유족들의 회복을 돕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가해 학부모들은 잇따라 '악성 민원을 제기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고 있다.

가해 학부모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체육관장의 아내는 지난 11일 오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숨진 교사에게 보냈던 문자 메시지를 공개한 바 있다.

그는 "문제행동을 보인 4명의 학생 중 1명은 제 아이가 맞다"라면서도 "2019년 학기 초 선생님과 2차례 상담을 하고 심리치료를 추천받아 꾸준히 가정 내 지도에 힘썼다. 선생님의 지도에 불만을 품고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하거나 학교에 민원을 넣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저 역시 아이들을 지도하는 입장에서 고충을 너무 잘 알아 선생님을 함부로 대한다는 건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며 "아이가 2학년으로 진학한 뒤부터는 사적으로 연락하거나 얼굴을 뵌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 글에 A씨는 "선생님 남편입니다. 이제 오셨군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라는 댓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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